임영록, 임종룡에 석패…KB금융 M&A 패배 징크스?

2013-12-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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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KB금융지주가 어윤대 전 회장 재임 시절 시작된 인수합병(M&A)의 저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행정고시 후배인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한 임영록 회장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KB금융은 지난 24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의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투증권+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어윤대 전 회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이사회의 반대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무산된 이후 두 번째 M&A 실패 사례다.

특히 우투증권 패키지가 농협금융의 손에 넘어가면서 임영록 회장이 행시 4회 후배인 임종룡 회장에게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KB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가치를 마이너스로 평가한 것으로알려지면서 탈락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KB금융은 우투증권에 최고가인 1조1500억원을 제시했지만,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에는 각각 –1500억원, -500억원을 써냈다.

우리아비바생명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우리아비바생명 관계자는 “매수자(KB금융)의 입장에서 매물에 대한 디스카운트 작업을 한다고 치더라도 -2000억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반박했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KB금융의 패키지 인수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의 결정에 앞서 내부적으로 인수 포기 방침을 정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내부 이사회의 반대가 아니라 정식 입찰에서 탈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M&A 실패는 ING생명 인수 당시 보다 뼈아프다는 자조석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NG생명의 경우 이사회의 반대만 아니었다면 사실상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어 전 회장은 자리에 물러나는 순간까지 ING생명 인수가 물거품 된 데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을 정도다.

어 전 회장은 지난 7월 이임식에서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룹의 지속성장 기반을 위한 사업 다각화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 전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은 임영록 회장은 취임 이후 M&A 데뷰전이자, 행시 후배와의 첫 맞대결에서 고배를 마셔 대내외적으로 체면을 구겼다.

두 사람은 같은 시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한 바 있는 관료 출신으로, 임영록 회장(20회)이 임종룡 회장(24회) 보다 선배다.

임영록 회장은 재정부 제2차관, 임종룡 회장은 국무총리실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임영록 회장이 앞으로도 새로운 사업이나 또다른 M&A를 통한 신뢰 회복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현대증권이나 동양증권 인수전에도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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