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필자의 아버지는 사진을 찍으면 꼭 다른 곳을 보고 찍으셨다.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을 봐도 그렇고, 모처럼 가족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에서도 모두 먼 산을 보고 계신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로서, 아무래도 사진기를 보고 찍으시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셨나보다. 그러나 아버지는 마지못해 찍는 척 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진정한 가족의 일원 아니 리더로서의 존재감이 남길 바라셨을지도 모른다.
세월은 흘러, 옥스포드 사전에서는 올해의 단어로 ‘셀피(Selfie)’를 선정하였다.
셀피란 우리나라말로는 ‘셀카'를 의미한다.
즉,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고 SNS로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필자의 아버지로선 상상할수 없는 행동일 것이지만, 셀카찍기가 한국에서뿐 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되었다는 뜻일게다.
실제로 올해 셀피(selfie)라는 단어가 사용된 횟수는 지난해 대비해서 1만7000%가 상승했다고 한다. 셀피란 우리나라 말로 '셀카'를 뜻하는데 옥스퍼드 사전이 최근 선정한 2013년 올해의 단어로 소개된 바 있다.
주디 피어솔 옥스퍼드 사전 편집장은 “셀피는 지난 2002년 호주의 온라인 포럼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2004년에는 사진 공유사이트인 플리커에서 해시 태그로 사용되는 등 점점 퍼져나가 옥스퍼드 선정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매달 1억5000개의 최신 영어 단어를 수집하는 옥스퍼드 사전의 언어 리서치 프로그램을 통해 집계한 결과 올 들어 셀피라는 단어의 사용이 급증한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만델라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오바마가 덴마크ㆍ독일 총리와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고 교황을 만난 10대들이 교황과 함께 찍은 셀카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셀카를 많이 찍는 것일까?
미국의 한 매체가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셀카는 일종의 나르시즘으로서 자신이 예쁘거나 멋있다고 느끼는 순간, 혹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 자랑하고 싶은 순간에 자신의 모습을 남겨놓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심리로 찍는다고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직접 내 사진을 찍음으로써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를 통제할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셀카를 찍다보니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들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면카메라를 강화하여 셀카를 더 잘찍게 해주는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한국에선 셀카를 보정해주는 많은 사진 애플리케이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의 회사(울트라캡숑 주식회사)가 올해 1월 런칭한 셀카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너말고니친구’는 한국뿐 아니라 대만의 4대 소셜네트워크로 성장하였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셀카 열풍이 불고 있는데, 페이스북에 인수된 세계 최대 사진공유 앱인 인스타그램에는 셀카 관련된 사진이 5700만장 이상이 올라와있다.
또한 최근 유명 가수인 저스틴비버가 ‘셀카공유’ 앱에 투자를 하며 이러한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모바일(스마트폰으로 셀카를 편하게 찍을 수 있는 특성)과 소셜시대(각종 SNS에 올리는 특성)에 가장 적합한 컨텐츠로서의 셀카의 잠재력에 발빠른 투자자들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애들장난’처럼 시작한 셀카찍기가 어느덧 나이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 글로벌 문화 트렌드가 되었고 재빠른 기업들은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가고 있는 것이다.
2013년이 셀카시대의 서막이었다면 2014년은 본 무대로서, 더욱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셀카 관련 비즈니스 아이템들이 등장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