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가수 윤건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6일 서울 효자동에 위치한, 그가 운영한다는 카페를 찾았다. 들어서는 입구에 커다랗게 놓인 블록 장난감 모형, 아늑하게 꾸며진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빈티지한 느낌의 세계 여행 지도에 눈길이 멈춰진다.
10일 발매된 미니앨범 ‘코발트 스카이 072511’는 우연히 동유럽 핀란드 헬싱키를 여행하던 중 받았던 영감으로 만들어졌다. 앨범명도 여행 당시인 7월 25일 밤 11시 헬싱키의 하늘색이 코발트색인 것에서 발췌됐다.
“생활이 규칙적이지 않으니까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데 갑자기 친구들끼리 1주일 정도의 시간이 맞더라고요. 그래서 비행기 표를 알아봤는데 많이 있을 리가 없었죠. 구하다 보니 동유럽 쪽의 티켓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여행지로 보통 선택하는 곳이 아니라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앞뒤 안 보고 선택했는데 저에게 큰 영감을 줬습니다. 사실 음악 작업이라는 게 꾸준히 발전하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이처럼 강림하듯이 나오지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기후와 날씨에 아주 예민한 편이라서 그런지 헬싱키의 날씨, 분위기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모든 곡을 다 그곳에서 작업한 것은 아니고 쭉 해오던 연장선에서 구체적으로 잡힌 것도 있습니다.”
테마에 맞게 앨범의 재킷도 비행기가 그려졌다. 구성 역시 인트로는 디파추어(Depature), 아웃트로는 어라이브드(Arrived)다. 출발부터 도착까지의 설렘과 기쁨을 앨범에 응축했다. 총 5곡이 실린 앨범에는 타이틀곡 ‘자석처럼’을 비롯해 ‘프리(Free)’ 등이 수록됐다.
“원래 ‘프리’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 의견을 수렴해 ‘자석처럼’을 최종 선택하게 했습니다. ‘자석처럼’은 10분 만에 만들어진 음악이에요. SBS ‘패션왕 코리아’ 당시 작업실에서 멍하니 있다가 그야말로 뚱땅거리던 중 만들게 됐습니다. 남녀가 S극과 N극처럼 서로 자연스럽게 이끌려 버린 이야기인데 이후 영화 ‘그래비티’를 봤거든요. 마치 제 노래의 뮤직비디오같이 보이더라고요.”
하나의 요소가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는 그는 ‘자석처럼’ 노래를 만든 후 ‘패션왕 코리아’에서 앞뒤 판이 다른, 탈부착이 가능한 의상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에게 반응도 좋았다고. 동시에 다양한 일들을 하는 그에게는 어떤 에너지가 동반할까.
“카페 인테리어도 제가 전부 참여했거든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면 거기에 받는 에너지가 또 다른 곳으로 나오면서 계속 선순환이 됩니다. 여행도, 패션도, 방송도 즐기면서 하다 보면 다채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어요.”
다방면에서 매력을 보여준 윤건은 브릿팝에 매료된 지 오래다. 앨범 전부가 브릿팝을 기본으로 이루는 만큼 밴드구성에 욕심을 보였다.
“공연을 위해 밴드를 구성하는 중이에요. 밴드로 제가 활동하는 것은 아니고 좋은 음악과 공연을 위해서만 팀을 꾸리고 싶습니다. 음악을 잘하고 저와 소통이 잘 되는 친구들이길 바라요. 추가하자면 생각도 비슷하고 옷도 잘 입는 친구들? 프로젝트처럼 음악 활동의 일환으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어딘가에 국한되지 않고 여전히 자유를 꿈꾸는 그는 “주변에서 나를 엉뚱하다고들 한다”고 소개했다. 그 엉뚱함이 날개가 돼 15년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가 생각하는 음악, 그리고 이번 앨범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는 음악을 귀로 듣는다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음악을 들으면 향수가 생각나듯이 냄새로도 음악을 맡는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때로는 맛있다고 느껴지고 부드럽거나 거친 것처럼 피부로도 와 닿아요. 제 음악이 오감 만족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