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가 ‘2013년도 캐릭터 열전’ 특집으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여자배우 베스트3를 선정했다.
선한 눈매, 하얀 피부에 단아한 인상. 그런 수애(33)가 만들어 낸 캐릭터라 더 잔인해 보였던 주다해. 수애는 지난 4월 종영한 SBS ‘야왕’에서 지독했던 가난을 탈피하고자 사랑도 양심도 버린 고독한 인물 주다해로 분했다.
유년시절부터 자신을 성폭행 온 아버지를 대신 죽인 하류(권상우)와 하류 사이에서 낳은 딸 은별을 버리고 재벌 2세 백도훈(정윤호)을 택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모친의 유골 앞에서 “엄마, 나 지켜 보지마. 보기 안 좋을 수도 있어”라고 독하게 내뱉는 주다해의 모습은 오래도록 시청자의 가슴에 남았다.
결국 영부인 자리까지 꿰찬 주다해는 뜨거운 분노를 버리고 차분하고 우아하면서 감정에 요동치지 않는 인물로 변신, 수애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웃고 있지만 슬픔이 가득하고, 예쁘지만 싸늘한 표정을 지닌 수애는 어린 시절의 아픔과 현재적 욕망을 거쳐 처참한 말로로 이어지는 주다해의 인생을 매끄럽게 표현하며 새로운 악녀상을 제시했다.
◇ ‘주군의 태양’ 태공실(공효진)
‘예쁘지 않은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배우 공효진(32)은 출연하는 드라마는 승승장구다. 지난 10월 종영한 SBS ‘주군의 태양’에서 죽을 뻔한 사고를 겪은 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신을 보게 된 태공실을 연기했다.
공효진이 줄곧 분했던 인물들처럼 태공실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평범한 외모의 여인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다크서클에 부스스한 머리,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비호감 태공실을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재탄생시켰다. 당황하면 검지를 마주하는가 하면 행복하게 빨래하는 모습으로 강우(서인국)를 첫눈에 사로잡았고,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도 귀신들의 한을 풀어 주는 기분 좋은 오지랖으로 첫사랑의 상처에 굳게 닫힌 주중원(소지섭)의 마음을 흔들었다.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힐을 벗었지만 찢어진 청바지, 헐렁한 원피스로도 충분히 멋져 보이는 패션 센스를 자랑했다. 예쁘지 않아도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현실적 ‘신데렐라’를 보여 준 셈이다.
눈 밑 아래 점 하나로 다른 인생을 산 막장드라마의 원조 ‘아내의 유혹’과 맞먹는 드라마가 논란 속에도 인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역시나 임성한 작가가 집필한 MBC ‘오로라 공주’이다. 주인공 오로라를 연기 중인 전소민(27)의 존재감은 임 작가의 난폭운전에도 정상에 안착했다.
막장은 ‘욕하면서 보는 게 제 맛’이라는 말처럼 지독한 황마마(오창석) 시누이들의 압박에 이혼을 선택한 모습은 안방 리모컨의 주인공 아줌마들의 애환을 긁어 줬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집이 몰락했음에도 꿈을 잃지 않는 강한 인성은 희망을 불어넣으며 대리만족을 가능케 했다. 또 황마마와 설설희(서하준)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오로라는 여자라면 누구나 꿈꿔 보는 로맨스를 선사하며 중년의 여심을 훔치고 있다.
이혼과 재혼, 현 남편과 전남편의 이상한 동거 속에서도 드라마 ‘인수대비’와 ‘남정연’, 영화 ‘헬프미’와‘러브콜’ ‘얼음꽃’ 등을 통해 쌓아 온 전소민의 연기력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