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중국말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휴대폰대리점 밖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중국어 안내멘트가 흘러나온다. 한 음식점에서는 중국 노랫소리가 들린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 거리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속에 있는 작은 중국,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말하는 것이다.
골목 입구에 들어서니 양고기 특유의 향과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 냄새가 코을 자극했다. 간판들은 모두 중국어로 돼 있었다. 한국어는 그 밑에 아주 작게 표시돼 있거나, 전혀 없는 곳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과연 이곳이 한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한국돈이 사용되는 것만 빼면 중국 자치구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이곳 대림동에서는 중국말만 할줄 알면 한국말을 못해도 전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음식점·슈퍼마켓·노점·화장품가게 등은 모두 중국 이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다. 종업원들 역시 대부분 중국인 또는 조선족과 같은 중국 동포들이다.
이에 대림동 차이나타운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주요 약속 장소로 손꼽힌다. 특히 주말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근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이 모두 집결한다.
특히 40~60대가 주로 찾는다. 대림동 일대는 국내에 있는 중국인 밀집 거주 지역 가운데 중국 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음식이다.
이날 기자가 맛본 양고기 샤브샤브는 맑은 육수와 붉은 육수 두 가지로 나왔는데, 붉은색 육수는 중국 특유의 장맛이 강해 한국 사람 입맛에는 다소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날 음식점을 찾은 중국인 일행은 이것이 고향이 맛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음식점 주인은 "좀 나이를 먹고 한국에 온 중국인들은 한국 음식을 입맛에 맞아하지 않는다"며 "이에 중국 현지 음식을 파는 대림동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길에서 파는 간식거리들도 현지 스타일이었다. 꽈배기처럼 생긴 유탸오, 찻잎·오향·간장 등을 넣어 삶은 달걀인 차지딴, 중국식 전병 등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먹거리를 곳곳에서 팔고 있었다.
음식과 달리 라이프스타일에서는 한국 문화가 자리 잡았다.
보통 한국사람들의 인식처럼 중국인들은 촌스럽게 옷을 입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노스페이스·K2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를 입고있을 뿐 아니라 고가의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레깅스·패딩부츠·어그부츠 등 최신 유행 아이템을 착용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 중국인들은 인근에 있는 AK플라자 구로점이나 가산에 위치한 마리오아울렛·W몰 등 아울렛에서 주로 쇼핑한다.
본토에서 불고 있는 뷰티 한류도 대림동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거리에는 10개 내외의 화장품 대리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점포별로 3~4명씩 한국 화장품을 구경하는 중국 여성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