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장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요인 중 핵심은 지정자문인 제도라는 분석이다. 지정자문인은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증시에 상장시키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5일 금융위원회는 해외 신시장 성공 사례로 영국의 대체투자시장(AIM)을 손꼽았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시장은 일본의 도쿄 대체투자시장(Tokyo-AIM)을 지목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세계거래소연맹에 가입된 세계 주거래소는 52개다. 이 가운데 33개가 신시장으로 이들시장 시가총액은 주시장 대비 1%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영국 AIM은 신시장 가운데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장은 코넥스 시장과 마찬가지로 성장 초기 단계 기업들에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코트라가 지난 2008년 영국 AIM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 시장은 상장절차가 간단하고 시장진입에 대한 별도 제한이 없다. 또 상장 희망 기업은 특별한 자금 흐름내역과 과거 거래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상장을 위한 최소 기업 규모, 주주 수도 제약이 없다.
그 결과, 영국 AIM은 지난 1995년 6월 개설 당시 10개사 불과했던 상장사 수가 지난 4월 1088개로 늘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944억7300만달러에 달한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국 AIM은 지정자문인에 의한 상장 및 관리를 통해 전문투자가 중심 시장으로 발돋움했다"며 "다양한 업종에 문호를 개방한 결과, 유럽재정 위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코넥스 시장은 지정자문인 제도를 영국 AIM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지정자문인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년 기준 영국 AIM에서 활동하는 지정자문인과 브로커사는 200곳이 넘지만 현재 코넥스 시장 지정자문인 수는 11곳에 불과하다. 지정자문인 자격도 증권사로 한정됐다.
영국 AIM에서 지정자문인이 받는 보수는 코넥스 시장 지정자문인보다 월등히 높다. 코넥스 시장이 금융당국 주도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영국 AIM시장이 참여자(지정자문인) 중심 시장으로 안착된 결과를 낳았다.
작년 5월 코넥스 시장 공청회에 참석한 황준호 KDB대우증권 부사장(당시 KTB투자증권 부사장) 은 "지난 2011년 영국 AIM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정자문인은 상장사에 5% 수수료를 받았는데 이는 약 300억원에 달한다"며 "코넥스 시장에 연 30개 기업이 상장, 지정자문인이 수수료로 2~3%를 받는다면 수익은 대략 60억~7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황 부사장은 "증권사들이 이 수익으로 지정자문인 역할을 한다면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표적인 신시장 실패 사례로는 도쿄 AIM이 꼽힌다. 작년 3월 문을 닫았을 당시 상장사는 2곳에 불과했다.
이 시장은 상장 요건 규제 완화 차원에서 형식적인 수준의 상장 요건을 마련했지만 벤처기업 입장에서 상장 진입 문턱이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도쿄 AIM은 지정자문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실패했다.
지정자문인은 상장사 퇴출 시 입을 피해를 꺼려 활발하게 도쿄 AIM에 참여하지 않았다. 코넥스 시장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수료 수익도 지정자문인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