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연구소 실체 없다더니… 이명한 사단 일냈다

2013-12-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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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상암동으로 옮겨진 연구소, '꽃누나'ㆍ'응사' 연이어 대박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포스터 [사진 제공=CJ E&M]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여의도연구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출신 PD와 작가, 이른바 이명한 사단으로 불리는 이들을 칭한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을 시작으로 '스타골든벨',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거쳐 '해피선데이-준비됐어요, 남자의 자격, 1박2일'을 기획하고 총감독했던 이명한 PD가 수장이다. 그 뒤로 '여걸식스'와 '1박2일'을 연출하며 스타 PD 대열에 오른 나영석 PD와 '올드미스 다이어리', '스타골든벨'의 신원호 PD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우정 작가는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여걸식스', '1박2일', '남자의 자격' 등을 집필하며 세 PD와 호흡을 맞춰 왔다.

4인의 활동 반경이 여의도에서 상암동으로 옮겨 갔다. 이명한 PD는 CJ E&M에서 제작기획총괄 국장직을 맡아 프로그램들을 총괄 지휘한다. 신 PD는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를 연달아 히트시켰고, 나 PD는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를 통해 실력을 재확인 시켰다. 이 작가는 상암동에서도 두 PD와 함께하고 있다.

활약상은 여의도를 넘어설 정도다. '응칠'은 8.1%(닐슨코리아 기준·이하 동일)라는 케이블 드라마 사상 유례 없는 최고시청률을 만들어 냈다. '응사'는 방송 8회 만에 '응칠'의 기록을 넘어서더니 1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재방송과 다운로드 횟수를 합산하면 '응사'의 체감 시청률은 지상파 드라마와 맞먹는다.

'꽃할배' 역시 나 PD의 파워를 입증했다. 노장 배우들끼리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8.1%의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유럽에서 얻은 인기로 대만에서 정점을 찍었다. 여배우 특집 '꽃누나'의 인기는 더욱 거세다. 첫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10.5%, 순간 최고 시청률 12.2%를 기록했다.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지상파 드라마, 이동건·정용화를 주연의 KBS2 '미래의 선택'이나 권상우·주지훈 주연의 MBC '메디컬탑팀' 첫 방송 시청률보다 높다.

이 정도 활약이면 여의도연구소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세 PD와 한 작가가 대한민국 대중문화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전지자가 미리 귀띔이라도 해 준 듯이 시청 욕구(needs)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나 PD는 "여의도연구소의 실체는 없다.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미는 알 것 같다.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예능에 대한 큰 줄기나 색채가 비슷하다. 휴머니즘, '사람에 대한 관심'이 공통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부분이 시청자에게도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CJ E&M의 제작 여건 역시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나 PD는 "우선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시도의 기회가 많다. 지상파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눈치를 본다면 케이블에서는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일단 시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상암동으로 터전을 옮긴 여의도연구소 일원들이 거두고 있는 성공의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공감,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여의도 출신 상암동 연구원들의 더욱 큰 날갯짓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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