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사진 왼쪽)과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삼성그룹은 2일 단행한 2014 사장단 인사에서 박근희 부회장을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연주 부회장은 삼성물산 대표이사직을 최치훈 전 삼성카드 사장에게 넘겨주고 고문으로 물러나게 됐다.
2004년 삼성캐피탈 대표이사·삼성카드 영업부문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2005년 중국 본사 본사장 겸 중국전자총괄로 자리를 옮인 박 부회장은 2010년 삼성생명 보험담당 사장으로 승진해 2011년 삼성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 삼성생명 부회장에 올랐다.
삼성 측은 박 부회장을 삼성사회공헌위원으로 위촉해 향후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과 대외협력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그룹에서 역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실천해 온 '나눔경영'·'상생경영'을 강력히 펼쳐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물산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정연주 부회장은 지난 2010년 삼성물산 대표이사로 부임해 2009년 2조원대에 불과하던 해외수주액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키는 등 삼성물산의 성장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9년 대구에서 출생해 대구상고(1968)·동국대 경영학과(1973)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지난 1978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해외관리부 회계과로 입사했다.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리부장(1987)·삼성SDI 경영지원팀장(1998)을 역임하고 지난 2003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특히 2003년부터 7년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경영위기에 처한 회사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량회사로 만들었다는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10년 삼성물산 대표이사 겸 건설부문장을 맡은 이후 2011년 말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다만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영업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낸 것과 정 부회장의 임기가 아직 1년여 남은 상황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점 등으로 미뤄 경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실장(사장)은 "정 부회장은 부임후 4년 동안 물산 건설 부문이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글로벌 건설사로서 도약 위해 후임에게 물려주는 명예로운 졸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과 고순동 삼성SDS 사장이 각각 고문으로 최외홍 삼성벤처투자 사장이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는 배출되지 않았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승진이 점쳐졌던 삼성전자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과 신종균 IT모바일(IM) 사장도 예상을 깨고 제자리를 유지했다. 현재 부회장의 승진 연한이 평균 8.4년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사장 5년차인 윤 사장과 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이인용 사장은 "삼성전자 외에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회사가 없었다"며 "실적이 좋았던 삼성전자 고참 사장단의 경우 4~5년차로 통상 삼성의 부회장 승진 연한인 7~8년에 많이 부족해 이번엔 부회장 승진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