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이 복지다> ① SOC 감소로 수주 급감… "꾸준한 투자 필요한 때"

2013-11-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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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 연속 수주 감소, SOC 4년간 11조 축소 우려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국내 건설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말이지만 "정말 건설경기가 바닥이다"라는 업계 종사자들의 하소연은 이제 단순한 푸념 수준을 넘어섰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도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공공공사에 의존하며 해외 건설시장 진출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모색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서 복지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최근에는 복지의 대척점으로 여겨지면서 SOC예산 삭감 등 본격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건설업계는 건설경기를 살리는 것이 1000만 종사자들의 삶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를 안정시키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SOC 및 민자사업의 발전적 확대와 건설·부동산 관련 규제완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가 처한 난국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건설·부동산·임대업과 연관산업의 종자사 수를 합하면 1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주택건설산업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산업의 붕괴는 서민경제 기반 붕괴 및 전체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다."

26개 건설·부동산 유관단체는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국회와 청와대 등에 제출했다.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관련 규제완화 법안의 국회 처리 등을 조속히 추진해달라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끊임없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국내 건설공사의 수주액은 1년 이상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이미 따놓은 국내외 공사는 원가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들면서 먹거리가 크게 줄어 중소형 건설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까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건설업계는 내년에도 장기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수주 감소, 원가율 상승… 경영악화 심화

대한건설협회의 국내 건설수주 동향조사를 보면 올 9월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7조2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 11월~1999년 3월 17개월 연속 감소세 이후 가장 길다.

국내 건설수주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지만 하반기 들어 23.1% 급감하며 회복에 실패했다. 올 1~9월 누계실적은 59조1154억원으로 전년보다 21.9% 줄면서 2004년(58조8000억원)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연구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건설수주액을 10년 전 수준인 90조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저성장을 막기 위해 건설경기 활성화대책 등 특단의 종합처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수주 감소와 함께 건설사들의 경영악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18일 건설협회의 상반기 118개 상장건설사 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162.6%로 전년 동기보다 86.1%포인트나 급감했다. 200% 선이 붕괴된 것은 IMF 당시 이후 처음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감당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100% 미만 업체는 전체의 47.5%인 56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리인하 등으로 이자비용이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4조1759억원에서 2조6079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무지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다.

건설사들의 영업이익 감소 원인은 수익성 하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 공사의 경우 발주물량 감소에 따른 과열경쟁과 최저가낙찰제 등에 따른 공사비 삭감이 원가율 상승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해외공사 역시 저가수주와 공기 연장 등으로 적자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GS건설·SK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의 영업손실이 겹치면서 상장건설사 매출액영업이익률(2.4%)과 세전이익률(0.9%)은 각각 2.0%포인트, 1.1%포인트 감소했다.

◆SOC 투자 감소가 원인… 내년도 어렵다

건설수주 감소는 결국 투자 축소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발주물량이 줄어드니 자연히 일감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SOC 예산은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의 예산 편성 결과를 보면 SOC 예산은 23조3000억원으로 추경예산이 포함된 올해보다 7.0%(1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도로와 철도 등 교통 관련 SOC 투자의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도로의 경우 올해 9조1667억원에서 내년 8조3708억원, 철도는 같은 기간 6조9913억원에서 6조5913억원으로 각각 8.7%, 5.7% 감소하게 됐다.

그러나 SOC 예산 감소는 건설업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는 앞으로 4년간 지속적으로 SOC 투자 11조6000억원을 줄여나갈 계획이어서 건설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SOC 투자 동향 및 생산적 복지 차원의 건설투자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7년 SOC 예산 11조6000억원을 삭감할 경우 총 15만6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박용석 건산연 연구위원은 "직종별로 보면 단순노무 종사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취업자 감소효과가 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며 "SOC 투자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해 건설산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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