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넥스 개발 주역 정준양 회장, 권력의 압박에 결국 사의

2013-11-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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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정준양 회장의 사의 발표로, KT에 이어 포스코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결국 최고경영자(CEO) 교체되는 악순환을 또 다시 끊지 못했다.

공기업, 정부투자기업이라는 굴레 때문에 항상 절대 권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두 회사는 전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비난하면서도 또 다시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는 꼴이 돼 버린 것이다.

1948년생인 정 회장은 지난 1975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종합제철 공채 7기로 입사해 유럽연합(EU)사무소장, 광양제철소장, 생산기술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을 지낸후 포스코 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20092월 제7대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올랐다. 분신과도 같은 광양제철소는 정 회장의 땀과 노력으로 완공해 냈으며, 한국 독자 기술인 파이넥스(FINEX) 개발도 이뤄냈다.

그가 취임한 당시의 포스코는 대내적으로는 회장 인사의 파행으로 분란이 일어났고,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일부 고로를 중단하는 한편, 현대제철이 고로 가동을 시작하며 국내에 고로 경쟁시대를 맞이하는 등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으며, ‘패밀리라는 컨셉을 도입해 포스코 그룹 전 임직원은 하나의 가족이라는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자신을 반대했던 인사들도 차례차례 포스코의 울타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포용력을 발휘 했다.

무엇보다 그가 이뤄낸 업적중 하나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성공과 인도네시아에 최초로 고로 일괄제철소 건설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이들 두건의 성과는 정 회장이 이루려고 했던 포스코의 글로벌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정 회장은 재임기간 내내 도요타와 소니 등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전자업체들과 제휴를 체결하며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왔다.

또한 슈퍼갑이라 불렸던 포스코 이미지 개선을 위해 2차 협력사와 대리점까지 직접 방문해 소통의 길을 넓혔으며, 포스코를 뛰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IT 기술을 접목시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더불어 제철을 넘어서 새로운 신사업 창출을 위해 에너지, 자원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20111213일 정 회장에게는 가장 슬픈 일로 기억되는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별세. 장례기간 정 회장은 연임을 결심하고 이사회에 통보했다. 박 명예회장이 사라진 포스코는 심리적으로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정 회장이 결심을 빨리하고, 그를 중심으로 포스코 전 임직원들이 하나로 뭉치면서 포스코는 빠르게 정상화 됐다.

포스코 재임기간 동안 권력과는 다소 거리를 두며 엔지니어의 길을 걸어온 정 회장은 그 권력으로 인해 회장의 자리에 오르는 운을 잡았지만, 재임 기간 동안 단순히 그 운을 즐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정 회장은 임기를 마져 채우지 못한채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아무리 업적을 쌓아도 결국 정권의 눈에는 그저 내 사람을 채워야 하는 자리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포스코는 이사회에서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CEO 선임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CEO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가 CEO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 1인을 주총에 추천하고, 주총을 통과하면 다시 이사회를 열어 최종 선임된다.

임기중에 사임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지만, 현직 CEO의 경우 임기만료 3개월 전까지 승계 또는 연임의사를 이사회 의장에게 표명하도록 돼 있으며, 이를 통보받은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에서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최소 주총 2주전까지는 CEO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를 선정해 공시해야 한다. 내년도 포스코 주주총회는 314일로 예정돼 있다.

후임 회장 후보로는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내부 인사로는 2009년 정 회장과 경쟁을 벌였던 윤석만 전 포스코 건설 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김준식·박기홍 포스코 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진념 전 부총리,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포스코 근무 경력이 있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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