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한국영화의 세계화, 어디까지 왔나

2013-11-1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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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배급사 글로벌 수출 속 정통 제작사들 모여 리틀빅픽쳐스 출범

[사진제공=11시부터 시계방향으로 CJ E&M, 쇼박스, 리틀빅픽쳐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지난 195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영화제에 한국영화 ‘시집가는 날’과 ‘백치 아다다’가 출품됐다. ‘시집가는 날’은 한국영화 최초로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희극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56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한국영화들이 세계영화제 출품과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3대 배급사 중 CJ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선두에 있다. 지난 4월 21일 중국 최대 규모의 국영투자배급사인 차이나필름그룹과 중국 메이저 제작투자사인 페가수수&타이허 엔터테인먼트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윤인호 영화홍보 팀장은 15일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권법’(감독 박광현)은 중국 전역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중 최대 합작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자경, 헨리(슈퍼주니어M 멤버) 주연의 ‘파이널 레시피’(Final Recipe)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CJ가 자체 기획개발, 투자·제작한 작품으로 김진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가수 보아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메이크 유얼 무브’(Make Your Move·감독 듀안 애들러)는 프로듀서와 주연 여배우 외에는 미국 스태프로 구성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첫 한·일 합작 프로젝트 ‘무명인’(감독 김성수)은 소설 ‘게놈 헤저드’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액션물이다.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주연을 맡았다. 임성규 홍보팀장은 “단순한 공동 투자나 배우의 결합이 아니다. 공동으로 기획, 제작, 배급을 도모하는 새로운 차원의 영화”라면서 “90% 이상의 분량이 일본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됐으며 양국 스태프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9일 LA에서 북미 상영을 시작한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는 현지의 호평 속에 뉴욕, 아틀란타, 시애틀, 라스베가스, 필라델피아 등 25개 대도시로 확대, 상영됐다. 독특한 발상 덕분에 제작사 3~4곳에서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다.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리메이크 문의가 들어왔다. ‘소원’(감독 이준익)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마켓에서 일본,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5개국에 판매됐다. 미국, 대만, 베트남 개봉이 협의 중이다. 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도 일본 개봉이 확정됐다.
 
쇼박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최근하 홍보과장은 “중국 메이저 민영 제작사 화이브라더스와 ‘미스터고’에 이어 다시 한 번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유럽 쪽에서는 ‘회사원’(감독 임상윤), ‘오직 그대만’(감독 송일곤)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 리메이크 논의 중이다. 최근에는 ‘화이’가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 호평 받으며 리메이크 얘기가 오가고 있다. 제작 단계에서 8개국에 선판매된 ‘동창생’(감독 박홍수)도 여러 국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이탈리아와 독일에 수출한 NEW에서는 영화 두 편의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양은진 홍보팀장에 따르면 ‘신세계’(감독 박훈정)가 미국 소니픽쳐스와 리메이크 계약을 맺었으며,‘헬로우 고스트’(감독 김영탁)는 ‘나홀로 집에’와 ‘헤리포터’ 1편,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등을 연출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다시 만든다. 양 팀장은 “가족코미디 장르의 흥행 보증수표인 콜럼버스 감독이 전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헬로우 고스트’를 연출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틈바구니에서 정통 제작사들도 힘을 내고 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명필름 대표)은 “자본이 아니라 감독과 작품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면서 한류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많은 제작자들이 중국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진출은 세계로 통하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제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배급사에 판권과 저작권을 넘기는 게 관례가 됐다. 제작자들이 모여 만든 배급사 리틀빅픽쳐스가 시발점이 되어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4개 회사가 90% 이상의 영화를 배급하는 기형적 시장은 한국영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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