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한국 드라마가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한류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과거 일본이나 중국 등에 국한됐던 수출국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아시아 전역으로 늘어나면서 ‘드라마의 한류화’는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 방송되기도 전에 러브콜을 보내며 선구매 의사를 보내는 국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작가나 감독, 출연 배우의 이름을 믿고 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기획 단계부터 조직적 대응과 도전적 시도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유도했고, 드라마 사전 제작을 통해 작품의 질을 높였다. 한류의 중심에 있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을 대거 포진시키면서 해외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한 몫 했다.
아시아지역의 선판매 움직임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앞서 말했듯 선방송 후판매가 아닌 선판매 후방송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방송 중인 MBC ‘메디컬 탑팀’,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 KBS2 ‘비밀’ 등은 이미 해외 각국에 선판매되면서 한류의 위엄을 실감케 했다.
‘메디컬 탑팀’은 지난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최대 영상마켓 ‘MIPCOM 2013’에서 아시아지역 선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상속자들’은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4개국과 손을 잡았다. ‘비밀’은 지난 9월 개최된 ‘제13회 국제방송 영상견본시’에서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선판매됐다.
뿐만 아니다. 종영된 MBC ‘구가의 서’는 모든 방송 분량이 공개되기도 전에 해외에 선판매되며 전 세계 드라마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입증했다. 일본에 선판매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지상파 TBS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면서 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 글로벌사업국 이근범 차장은 “해외에 선판매되고 있는 작품이 늘고 있다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상업성, 작품성을 믿고 보는 것을 방증한다. 드라마 제작사라든지, 방송사 등은 기획 단계부터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둔다. 기획력이 탄탄한 작품에 한해 선구매하고자 하는 해외 바이어들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FNC엔터테인먼트 드라마본부 이현욱 본부장은 한국 드라마의 해외 선판매 구조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위주에서 장르 드라마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연기력과 가창력을 갖춘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면 더욱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해외 바이어들은 가수로서 이미 해외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선호한다. 때문에 드라마 기획 과정에서 아이돌의 출연을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기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인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최근 아이돌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적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작·편성 관계자들의 자신감은 충만하다. ‘겨울연가’로 촉발된 한류가 K팝을 돌아 다시 드라마로 중심축을 이동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