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김 총재는 시중은행장들을 상대로 "최근 금융위기 전체가 마무리되는 와중에 시장과 은행의 역할이 다시 정립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양적완화 축소 등 글로벌 경제 이슈로 자본시장이 위축되면서 한편으로 은행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은행의 신용공급을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 규모로 나눈 것을 보면 미국은 20%로 세계에서 제일 낮고 우리는 40%가 좀 넘는다"면서 "BIS 분석을 보니 영국이나 프랑스의 은행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자본시장의 발전 정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의 경우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해당 비율이 낮다고 김 총재는 전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그는 "장기투자재원 마련과 중소기업 지원이 신흥경제권의 발전과제"라며 이 두 가지가 결국 시장과 은행 관계정립이라는 하나의 관건으로 맞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지명자 청문회와 관련해 "의견서를 보니 양적완화를 무한정 지속하거나 빨리 종료하거나 둘 다 문제가 있다고 밝혀 지금까지의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총재는 "옐런은 이밖에도 은행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건전해졌으나 아직도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는 이건호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등 8명의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