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춘석 여주시장)
토요일 오후 일정을 마치고 늦게 집으로 돌아와 바로 잠을 자기도 뭣하고 소화도 시킬 겸 오랜만에 옛날 영화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을 틀었다.
요즘엔 기술이 발달해서 상상하는 모든 것이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볼거리와 재미를 주지만, 난 여전히 고전영화를 좋아한다. 젊었을 때 봤던 영화를 지금 다시 보면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영화의 깊이도 다르게 다가온다.
그렇게 친구를 기다리듯 TV 화면을 보고 있는데 광고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광고는 빗속을 뛰어 가며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서 끝난다. 그런데 광고 속에 나오는 말이 참 기가 막혔다. 일반적인 광고라면 제품의 장점이나 회사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일 텐데, 이 광고는 ‘17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는데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는 것이다.
‘17년 동안 일등 한번 못한 것을 무슨 자랑이라고, 그것도 만인이 보는 광고에 버젓이 나오는지…’ 광고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그러나 17년이면 짧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1등만이 살아남는 대표적인 IT 제품인 휴대폰 경쟁시장에서 17년을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가장 치열한 레드오션(red ocean) 분야가 최근의 스마트폰 시장일 것이다.
그리고 광고의 끝 부분에 가서 ‘지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한 문장이 내 가슴을 울렸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철학적 명제를 차용한 것이지만, 솔직함에서 나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힘든 일이다. 존재는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고 사라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의 가치를 굳이 묻자면 능동적인 삶이냐 수동적인 삶이냐는 차이가 아닐까.
11월 7일 여주의 978명 고3 수험생들이 수능이라는 인생의 첫 번째 도전과제를 치렀다. 시험결과는 이달 27일에 발표된다고 한다. 모두가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결과는 성적에 따라 등급으로 매겨진다.
노력한 것에 비해 성적이 안 나온 학생도 있고 용케 운이 좋아 기대이상의 성적이 나온 학생도 있을 것이다. 물론 수능하고는 무관하게 남들과는 다른 진로를 택한 고3 학생들도 있다.
삶을 조금 더 산 인생의 선배로서 또한 지역의 선배로서 나는 우리 고3 모든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그대들의 지금 삶은 앞으로 70여년을 살아갈 인생의 첫 출발점이고, 숫자로 표시된 성적이 미래의 ‘나’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절대 잊지 말자고.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학교 시험부터 이번 수능까지 인생은 수많은 결과들과 함께한다. 나 또한 지금은 한 지역의 시장으로 있지만, 많은 실패도 경험하고 끔찍한 교통사고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중대고비를 맞기도 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실패와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더 큰 발전의 밑거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휴대전화 회사의 광고와 철학자 데카르트가 ‘존재’함에 대한 정의를 경쟁자와의 승부와 생각하는 나에서 찾았다면 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