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한국오픈 3라운드에 앞서 볼을 확인하는 김형태(오른쪽)와 홍순상. 두 선수는 4라운드에서도 동반플레이를 했고 약속이나 한듯 13번홀에서 규칙위반으로 벌타를 받았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김형태가 20일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제56회 한국오픈’ 4라운드에서 통한의 규칙위반으로 우승을 놓쳤다.
이날 우정힐스CC의 시그너처홀인 13번홀(파3)에서 김형태의 티샷이 그린앞 물가에 멈췄다. 그 곳은 러프 가장자리로 물이 없는 워터해저드 구역이었다. 벌타없이 샷을 할만했다.
김형태는 말뚝을 뽑은 후 연습스윙을 몇 차례 하면서 무심결에 그립을 헐렁하게 놓았다. 왼손은 그립에서 떼었고 오른손 엄지와 인지로만 그립을 했다. 그 바람에 클럽은 아래로 처졌고 클럽헤드는 지면에 닿아버렸다.
해저드에서 스트로크하기 전에 클럽헤드가 지면이나 수면에 닿으면 2벌타가 부과된다(규칙 13-4b).
중계를 보던 외국선수가 경기위원회에 그 장면을 알렸고 위원회에서는 1시간30분가량 비디오 판독을 한 끝에 김형태가 규칙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17번홀까지 중간합계 5언더파로 1타차 선두였던 김형태는 18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경기위원으로부터 “13번홀에서 규칙위반을 해 2벌타가 부과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의 스코어는 졸지에 중간합계 3언더파가 돼버렸다. 순위도 공동 2위로 내려갔다.
김형태는 18번홀(파5)에서 파를 기록하고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친 후 경기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했다. 선수와 위원들은 현장 조사까지 벌였다. 그런데도 김형태가 스코어카드에 사인하지 않고 버티자 경기위원회에서는 자체 투표를 했다. 그 결과 5대3으로 김형태의 규칙위반이 인정돼 최종적으로 벌타를 부과했다. 김형태는 그제서야 판정을 인정하고 물러났다.
김형태는 최종일 해저드에서 한 차례의 실수로 실속과 명예를 잃었다. 이 대회 우승상금은 3억원이고 김형태가 속한 공동 2위(프로 4명)의 상금은 5800만원이다. 그는 단 한 차례의 실수로 2억4200만원을 날렸다. 그는 또 1971년 한장상 이후 42년만에 찾아온 한국남자골프 ‘한 시즌 메이저대회 2승’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김형태는 지난 8월 K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동반플레이어 홍순상도 13번홀 해저드 구역에서 연습스윙을 하다가 루스 임페디먼트를 건드린 사실이 드러나 2벌타를 받았다.
◆김형태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 대회에서는 갤러리·시청자 외에 동료선수나 골프전문가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선수들은 더 조심해야 할 듯하다.
허석호는 2002년 일본골프투어 도켄코퍼레이션컵 2라운드에서 연습라운드를 하던 도중 나뭇잎 하나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선두권을 달리다가 실격당했다. 스윙 구역을 개선했는데도 그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냈다고 동료선수(마커)가 제보한 데 따른 것이었다.
2010년 리베라CC에서 열린 현대건설 서울경제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아마추어 장수연이 선두에 나서며 우승컵을 안는가 했다. 그러나 그가 한 홀에서 샷을 할 때 캐디를 바로 옆에 세워 도움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와 조사끝에 규칙위반이 인정됐다. 그는 연장전에 나가 2위를 했다.
지난 4월 마스터스 2라운드 때 타이거 우즈(미국)가 잘못된 곳에 드롭했다고 알려온 사람은 시니어프로인 데이비드 에드거다.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들이 모처럼 적확한 판정을 내렸다.KGA는 그동안 주최해온 오픈대회에서 석연치 않은 규칙해석을 하곤 했다.
2007년 한국오픈때 김경태가 동반자의 경기에 방해가 돼 벙커에서 들어올린 볼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 경우 볼을 닦으면 안되고 호주머니에 넣으면 닦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KGA는 ‘벌타 없음’ 판정을 했다. 2008년 한국오픈때 초청선수 이안 폴터(잉글랜드)가 친 볼이 18번홀 그린앞 벙커측벽에 박혔다. 그 곳은 잔디가 페어웨이보다 긴 곳이어서 박혀도 구제받지 못한다. 그러나 경기위원은 폴터에게 구제를 선언했다.
2013한국오픈 최종일 13번홀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내린 판정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