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후폭풍> 증권가 신뢰 추락…투자자가 떠난다

2013-10-03 12:03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서울 사당동에 사는 김모 씨(35세·여)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야간에 일하며 돈을 모았다. 딸이 커가면서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기기 위해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아파트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날 남이 버린 장난감을 주워 아이에게 줄 정도로 억척스러웠다. 그렇게 모은 돈을 '이율이 은행보다 높고 안전하다'는 동양증권 직원의 얘기에 ㈜동양의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동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큰 손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김씨는 "눈물이 앞을 가려요. 어떻게 모은 돈인데… 이제 증권의 '증'자 만 들어도 치가 떨릴 정도에요"라는 말로 아픈 속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자주 거래하던 동양증권 직원이 (법정관리 신청)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전하다고 안심시켰다"며 "증권사가 사기꾼 집단으로 보이고 이제 증권사가 파는 상품이나 직원들이 하는 말은 정말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와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증권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가 '동양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고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증권업계의 불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17일 43조3048억원에서 지난 1일 40조9802억원으로 2조3246억원이 줄었다.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로 지난달 23일부터 동양증권 CMA 계좌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빠지면서 전체 CMA 잔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증권을 떠난 고객 가운데 일부는 경쟁 증권사로 옮기기도 했지만 대부분 은행 등 다른 금융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험자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정성이 높은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동양 사태'로 증권업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고객들이 줄고 있다.

실제로 고객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는 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16일 19조4404억원에서 30일 16조2652억원으로 3조175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7월 30일(16조379억원)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도 개인들의 주식 거래는 급감 추세다. 외국인과 연기금의 순매수 확대로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은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3조1000억원에 달했다. 주식형 펀드에서도 2조4000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어든 3조2000억원 정도에 머물렀다.

동양증권이 계열사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고객들에게 '불완전판매'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증권업계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매출의 핵심인 자산관리 분야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동양그룹 사태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해지면서 고객들이 증권사를 떠나 은행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증권업계가 이를 조기에 수습하지 않는다면 자산관리시장 전반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는 이어 "어느 정도 예고는 됐었지만 고객 신뢰를 주업으로 하는 증권사(동양증권) 대주주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파국을 맞았다"며 "증권사 상품의 성격상 대부분이 중도 인출에 대한 비용이 거의 없어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겠지만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