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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학 동부대우전자 세탁기 연구소장 |
1991년 공기방울세탁기·2012년 벽걸이드럼세탁기 ‘미니’를 잇는 동부대우전자의 차세대 세탁기는 뭘까.
지난 17일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동부대우전자 부평연구소에서 만난 김경학 세탁기 연구소장(사진)은 ‘무세제 세탁기’의 대중화를 다음번 과제로 꼽았다. 고부가가치·친환경 제품인 무세제 세탁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해 세탁기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새로이 써내려 가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무세제 세탁기는 특수 전기분해 장치를 통해 일반수돗물을 세탁과 살균에 필요한 세탁이온수로 변화시켜 옷가지에 묻은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세균을 살균시키는 제품이다. 동부대우는 지난 2001년 이 제품을 ‘마이더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했지만 당시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김 소장은 “당시엔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시장에서 빛을 못 봤다”며 “기술은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소재의 저렴화 등 여러모로 대중화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는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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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인천광역시 부평구 동부대우전자 부평연구소에서 만난 김경학 세탁기 연구소장이 동부대우전자의 공기방울세탁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
김 소장은 지난 1989년 대우전자 가전개발부로 입사해 24년 동안 세탁기 개발에만 매달려 온 세탁기 전문가다. 1991년 출시된 공기방울세탁기부터 지난해에 나온 벽걸이드럼세탁기 ‘미니’ 등 대우전자가 히트 시킨 세탁기 제품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소장은 “세탁기는 작지만 자동차만큼 다양한 장치가 결합된 복합적인 기계”라며 “입사 후 세탁기의 매력에 푹 빠져서 하루 12시간 이상을 세탁기와 함께 보낼 정도로 연구에 매진했다”고 전했다.
물론 그의 세탁기 인생에 위기도 있었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13년의 워크아웃 기간동안 다섯 차례의 매각 실패, 세 번의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하나둘 떠나갔다. 1999년 당시 120여명 수준이었던 세탁기 연구인력은 2010년엔 15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는 “팀장 시절엔 타기업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갈등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공기방울세탁기 개발 때부터 같이 해온 수석연구원 3명과 함께 의기투합한 결과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조금 힘들어도 젊었을 때 돈보단 일을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소신 하나로 버텨왔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에 김 소장에게는 올 초 동부그룹 편입 이후 회사에 생긴 크고 작은 변화들도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는 “전에는 개발하는 제품이 시장에 나올 때까지 회사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제품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연구소의 설계 툴을 업그레이드된 장비로 바꾸고 있고, 향후엔 연구인력도 지금의 3~4배 수준으로 확충할 계획이기 때문에 제품의 질 또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극한의 상황까지 갔다 왔기 때문에 일반 회사의 성장 속도보다 2배 가량은 빠르게 커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소장이 바라보는 10년 후 가전의 모습은 ‘개인주의 가전’이다. 지난해 출시한 3kg 벽걸이드럼세탁기 ‘미니’가 그 신호탄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미니는 지난해 4월 동부대우전자(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벽걸이 세탁기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매달 2000~3000대씩 판매되며 히트 상품이 됐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가 전체 25%에 달한다. 이런 소가족 트렌드에 맞춰 가전제품도 ‘개인주의’로 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소비자 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가전’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처럼 제조사가 선택한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필요한 기능을 선택하는 ‘맞춤형’제품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한 ‘미니’의 시장 확대와 함께 앞으로 나오는 동부대우의 신제품도 이런 방향에 맞춰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