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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 내정자 |
그러나 지금은 차기 회장과 노조가 여전히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 방안을 고민하는 단계일 뿐이다. 임 내정자가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후에도 그룹 내 모든 직원들과 원활히 소통하면서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높다.
◆ 임 내정자 '소통의 힘' 실현
23일 KB금융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지난 19일부터 서울 명동 KB지주 본사로 정상 출근을 했다. 5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지 무려 2주만이다. 그동안 노조가 본사에서 임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출근저지 집회를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임 내정자는 관료 출신이란 이유로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또 노조는 임 내정자가 KB지주의 사장으로 있으면서 직원들과 소통이 부족했으며, 부실 경영의 책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임 내정자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병권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 동안 쌓였던 오해를 풀었다. 이 자리에서 임 내정자는 회장으로 정식 취임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노조와 대화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리고 앞으로 노조와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임 내정자와 노조 간 갈등이 더 장기화 될 수 있었지만, 임 내정자는 그룹의 수장답게 먼저 한 발 물러난 것이다. 노조 역시 대화를 거부하지 않고, 임 내정자의 진심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KB금융에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임 내정자가 회장으로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하면 노조 및 직원들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 회장 취임 이후가 더 중요
우선 노조는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요구했다. 지주사가 지나치게 계열사의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다.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능력에 따라 내부 인사 중 중용해 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아울러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해선 안 된다는 뜻도 밝혔다.
임 내정자 역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임 내정자는 구성원들의 1인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노조와 함께 구상하기로 다짐했다.
다만, KB금융이 다른 금융사의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둘러싸고 조직 내에서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금융 M&A에 또다시 도전하느냐다. 시장에선 KB금융이 인수 참여전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우리금융 인수전에 나설 경우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장 교체로 인한 혼란과 진통도 수습해야 한다. 어윤대 회장이 추진하던 사업들의 축소나 철회로 인한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임 내정자와 노조가 서로를 배려하고 회사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오해를 풀 수 있었다"면서 "우리금융 M&A에 다시 나설 경우 직원들의 반발과 동요를 진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