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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플라임 김익환 사장 |
지난해 중소·중견기업의 설비투자는 21조9064억원으로 2011년 26조2331억원에 비해 4조3000억원이나 줄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투자의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출성형기 분야에서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큰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고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는 우리 회사도 이전에 따른 직원 설득 및 부지 확보, 투자비 마련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실감했다.
노사위원회를 통해 2~3년에 걸쳐 직원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함께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공동주택 시설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필요로 했다.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도로·상하수도·전기·가스 등 인프라 구축도 투자를 진행하면서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여기에 그동안 거래하던 협력업체와의 물류비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각종 제도 등 투자기업이 신경써야 할 것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회사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투자촉진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산업단지 분양가도 인하, 공동주택과 같은 정주시설까지 지원해 주고 있어 투자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세계적 기업 육성을 위한 월드 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돼 연구개발(R&D), 인력, 해외진출 등 패키지 지원도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들과 난관에 봉착할 때면 힘이 빠진다. 관련 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결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도 많이 들고, 문제가 꼭 해결되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투자를 어렵게 하는 것은 꼭 커다란 규제나 제도만은 아니다. 지방에 투자하다 보면 정주 여건 마련이나 거래하던 협력업체와의 물류비, 전기·가스와 같은 각종 인프라도 처음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더 큰 문제는 우리 회사와 같은 기업들이 과거에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며, 앞으로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 투자는 10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는 큰 사건이기 때문에 중소·중견 기업이 이런 투자 노하우를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운을 걸고 감행하는 큰 규모의 투자가 생각지도 못했던 제도나 시행착오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면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기업인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다만, 투자경험이 많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의 투자를 밀착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업 성장의 출발점은 투자다. 투자로부터 기업 성장의 발판이 마련되고, 고용이 창출되고 생산이 향상되는 등 성장의 과실이 나온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하면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한 데 모아 축적하고, 투자 단계별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에서도 기업이 복잡한 지원 제도를 먼저 찾기 전에 정부나 지자체의 투자 지원책을 맞춤형으로 먼저 제시해 줘야 한다. 이와 함께 투자과정에서 겪는 애로도 원스톱으로 처리해 준다면 기업들도 더 마음 놓고 투자에 나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