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10대 그룹 시가총액이 이달 들어서만 4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연일 팔자를 외친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말 62%에서 이달 28일 현재 60%로 불과 한 달새 2%포인트 낮아졌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8일 현재 676조5941억원으로 작년 연말 716조3488억원에 비해 39조7546억원(5.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153조8513억원에서 1120조5036억원으로 33조3477억원(2.89%) 줄었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IT와 운수장비로 집중되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의 시가총액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315조6976억원으로 작년 말 338조296억원보다 22조3320억원(6.61%) 줄었다. 이 기간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은 11조9638억원이 줄어 외국인 비중이 52.57%에서 51.75%로 떨어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3조996억원이 감소해 243조6437억원에서 220조5441억원으로 9.48% 줄었다. 외국인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01조2371억원으로 10% 이상 감소했으며,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말 50.4%에서 50.09%로 낮아졌다.
현대차그룹은 136조521억원에서 123조5704억원으로 12조4817억원(9.17%) 감소했으며, 현대중공업은 21조3942억원에서 19조2580억원으로 2조1362억원(9.99%) 하락했다.
IBK투자증권 임진균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환율과 관련해 IT, 자동차 등 수출주 중심으로 주가가 많이 빠져 대형주들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수주 중심의 대응이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내수주 비중이 높은 롯데그룹과 SK그룹 등은 시가총액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롯데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24조1662억원이였으나 전일 25조4029억원으로 1조2367억원(5.12%) 증가했다. 종목별로 롯데손해보험(16.37%) 롯데삼강(11.40%) 롯데쇼핑(5.84%) 롯데제과(2.82%) 등이 시총 증가율을 보였다.
SK그룹도 SK텔레콤(12.46%) SK브로드밴드(6.00%) SK컴즈(1.02%) 등의 시총 증가에 힘입어 한 달새 시가총액이 6542억원(1.29%) 증가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당분간 경계심리가 상존하기 때문에 IT와 자동차 섹터 등의 지수 견인력은 이전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에서 자유롭고, 정책 기대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금융·유틸리티·음식료 등 내수 섹터로의 대응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낙폭과대 대형주의 대응을 추천했다.
최근 원화강세가 주춤세를 보이면서 단기 급락한 수출 대표기업에 대한 저가 매수 매력이 커졌고 4분기 실적발표가 종료되는 2월 중순부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임 센터장은 “4분기 실적발표가 끝난 2월 중순 이후 투자심리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국내증시로 외국인을 회귀시켜 증시 상승을 이끌 것으로 IT주를 중심으로 낙폭과대 대형주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