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따로 ‘진흥’따로..업계만 속앓이

2013-01-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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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소속 원안위,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br/>방송위·미래부, ICT·방송 산업 정책을 규제와 진흥 나눠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새 정부의 조직개편에 대한 실효성을 놓고 벌써부터 수정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경제부처와 산하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관련 주체는 대놓고 이의 제기를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특히 ‘규제’와 ‘진흥’이 갈라지거나 한데 뭉치면서 업무 혼선이 불가피 한 원전·정보통신기술(ICT)업계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21일 인수위와 정부부처, 업계에 따르면 원자력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편입하기로 한 것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안위는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비상설 자문기구 형태로 운영되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자 같은 해 10월 대통령 직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출범했다. 원자력 기술 개발과 진흥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에서는 안전을 위한 규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미국·프랑스·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들도 대부분 규제기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의 규제는 원안위가, 원전의 진흥과 연구개발(R&D)은 지식경제부와 교과부가 각각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으로 미래부 아래 원안위가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다시 한데 묶은 꼴이 되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장순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은 지난 18일 “한 부처가 원전에 대한 진흥기능과 규제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며 원자력에 대한 R&D를 강화하면 안전규제기술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해 미래부 아래 규제와 진흥이 헤쳐모일 것으로 시사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경부와 교과부의 원전 관련 부서가 미래부로 편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원자력 진흥과 안전규제기능이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과 두 기능의 병행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 있다. 학계의 의견도 분분하다.

이에 대해 당장 짐을 싸야할 수도 있는 지경부과 교과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안위 내부에서 조차도 기존의 규제 기능마저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원전 운영을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인수위 발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더욱 당황스럽다. 가뜩이나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해 추스리기에 급한 형국에서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인수위의 후속 대책을 봐야 가닥이 잡힐 것”이라면서도 “원전의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면 국가 원전 정책의 근간이 휘청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ICT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수위가 ICT·방송 산업 정책을 규제와 진흥으로 갈라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로 각각 나누기로 결정하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단 방통위는 이용자보호국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진흥정책으로 판단하고 미래부로 대거 이동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내부에서 조차 규제·진흥 업무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한 모양새다.

방통위도 혼란스럽지만 해당 기업은 ‘멘탕 붕괴’ 수준이다. 당장 새로 주파수 할당을 신청해 놓은 제4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주파수 할당이 진흥정책의 범위에 속하는데 굳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사업권을 허가하지 않는 진흥정책은 의미가 없다”며 진흥과 규제정책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SK텔레콤, KT 등 이통사들도 골머리를 썪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휴대폰 보조금의 경우 보조금을 무조건 단속만 하면 휴대폰 구입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의 가계 통신비 부담이 커진다”며 “이 때문에 방통위는 알뜰폰 사업을 활성화하면서 보조금 단속 강도를 조절해 왔는데, 방통위 업무가 규제와 진흥으로 갈라지면 어떻게 정책이 반영될지 의문이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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