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각종 악재로 침체 상태에 빠져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아주경제 DB] |
정부는 투기지역 해제 및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금지 추진 등 재건축시장 활성화를 꾀했다. 하지만 재건축아파트의 30%를 소형으로 지으라는 서울시 방침에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속속 백기를 들어야 했다.
게다가 서울시가 올해 초 발표한 뉴타운 출구전략은 투자 수요 감소에 따른 재개발 지분값 하락세를 이끌었다. 매몰비용(사업 진행과정에서 투입된 비용) 지원에 대한 마땅한 재원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혼란을 키우는 양상이다.
◆규제 완화에도 재건축 시장 침체 지속
13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서울·수도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5% 떨어졌다. 최근 6년 새 최대 하락 폭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올 들어 9.19%나 빠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구별로는 강동(-13.13%)·강남(-10.39%)·영등포(-10.39%)·노원(-9.82%)·송파(-8.96%)·서초구(-6.74%) 순으로 하락했다.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권 하락세가 뚜렷했던 것이다.
특히 올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아파트 매매가는 3.3㎡당 2867만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897만원보다도 더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시세는 현재 8억2000만~8억5000만원 선으로, 일년 새 2억원 가량 내렸다. 인근 개포동 주공1단지도 전용 29㎡가 4억9000만원, 49㎡는 7억500만원 선으로 연초 대비 1억원 가량 빠졌다.
정부는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지역 해제 및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등으로 규제 빗장 풀기에 나섰지만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서울시의 재건축 사업 공공성 강화를 위한 소형주택 의무비율 확대와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개발 보류 등의 결정으로 재건축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져 매수심리가 위축됐다”고 풀이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한강 르네상스 계획도 전면 중단되면서 한강 주변의 재건축사업도 침체 상태에 빠져들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남 최고의 아파트 부촌으로 불리던 압구정동의 현대7차 전용 157㎡는 올해 1월 21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8월에는 19억4500만원으로 급락했다. 최근 시세는 18억원 선으로 더 하락한 상태다.
◆재개발·뉴타운시장 '출구전략'으로 혼란 가중
재개발·뉴타운 시장도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정비구역이 속속 해제되거나 정체 상태를 보이면서 지분값은 속절없이 하락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서울 재개발 구역내 지분가격은 3.3㎡당 2458만원으로 지난해(2522만원)보다 64만원 가량 내렸다. 경기도(3.3㎡당 1508만원)와 인천(1162만원)도 1년 전보다 1~3% 가량 하락했다.
재개발·뉴타운은 서울시가 올해 1월 발표한 출구전략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주민의 과반수가 분담금 증가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을 반대하면 추진위원회나 조합 설립 인가를 취소하겠다는 게 골자다.
경기도 역시 이달 7일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구역에서 사업을 포기할 경우 매몰비용 70%를 지원하는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충분한 예산이나 대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이 발표되면서 사업의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급하게 내놓은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사업 지연에 따른 주택 수급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정비구역 해제 요건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 확인과 결론에 대해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매몰비용 지원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정부가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매몰비용 요청을 지원했지만 국토해양부는 지자체가 진행한 사업 보전에 국가 재원을 투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매몰비용 지원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경기도 부천시와 수원시 등 조합이 해제된 지역에서는 시공사가 주민들에게 그동안 사용한 금액 수백억원을 청구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의 핵심인 지구지정 해제가 본격화되고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시장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주민 반대가 우세해 지정이 빨리 해제되거나 사업이 마무리 단계인 지역들은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