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일에 탐닉해서 해야 할 일을 정작 안 하는 경우를 뜻하는 우리 속담이다. 대선을 일주일가량 남겨 놓고 어김없이 각종 네거티브·비방전에 함몰된 최근 정치권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인 듯하다.
대통령을 뽑는 일을 '부질없다'고 깎아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대권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해야 할 일'인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10년째 못 지키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또 벌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342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이 헌법이 정한 처리시한인 2일은 물론 정기국회 회기 종료까지 처리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저성장 국면의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힘도 한 번 못 써보고 당할 판국이라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1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대선 뒤 '새 정치'를 위한 국민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곧바로 국정쇄신정책회의 설치 공약으로 맞불을 놓으며 정치쇄신 경쟁을 벌였다.
특히 이날은 제19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법정 회기 100일이 종료된 날이기도 하다.
각 당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들이 구호뿐인 공약 말고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단 한마디만 해줬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예산안 처리는 사실상 대선 이후로 넘어가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사실을 두 후보는 어떤 말로 국민들을 납득시킬지 궁금할 따름이다.
또 국회 본연의 임무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국정쇄신과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국민들은 '정치'를 정말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대권놀음에 서민경제 썪는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