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중계자 역할을 자처하며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반면, 일부 지자체는 일요일을 강제 휴업일로 지정하는 등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역시 한층 강화된 규제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상황이 이렇자 농어민·중소상인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지경부가 최근 대형마트·골목상인들 간 자율협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정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대형마트·중소상인·지경부는 지난달 한자리에 모여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 의무휴업일과 신규출점 자제에 대해 협의했다.
협의 결과, 대형마트는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 자율적으로 점포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에 오는 12일부터 이 같은 방안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업계에서의 자율 상생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상생 협력 방안을 하루라도 빨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들은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문제를 내세워 일요일 의무휴업을 강제로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서울 성동·양천·용산구는 최근 의무휴업일로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을 지정,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충북 청주 역시 내년부터 이 같은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 조례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70여개 지자체가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한 조례를 시행 중이다.
나머지 지자체들은 대형마트와 협의, 자율휴무 날짜를 조정하고 있다.
울산 북구와 동구는 지난 3일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무 처분을 철회했다. 대형마트·SSM(기업형슈퍼마켓)도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자율휴무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을 앞세워 강력한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모두 뚜렷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실제로 영업제한 시간을 확대하고 의무휴업일을 늘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새누리당은 대형마트 입점 농어민·협력업체의 생존권과 맞벌이 부부의 불편함 때문에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여당 반대로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강행처리하기 어려운 눈치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엇박자에 농어민과 중소상인·협력업체만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업체 관계자는 "유통산업 규제는 내년에도 '대형유통업 규제·기업형 중소유통업 규제·내수경기 활성화' 사이에서 계속 우왕좌왕할 것"이라며 "어떤 규제라도 연내에 발의 적용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