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재건축 사업이 각종 악재에 발목잡혔다. 사업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달만에 2000만~3000만원씩 떨어졌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일대(네이버 항공뷰). |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1단지 매매가는 일주일 전보다 2000만~2250만원 하락했다. 인근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도 이달 들어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1000만원 가량 내렸다.
이러다보니 강동구의 전체 아파트값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3일 현재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1786만원으로, 올해 초보다 118만원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3.3㎡당 158만원 빠졌다.
이같은 아파트값 하락세 뒤에는 부진한 재건축 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고덕시영아파트의 경우 선(先)이주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90%가 이주한 상태에서 지난달 말 조합 측이 '총회 무효 소송'에서 패소해 사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 재판부는 "공사비가 급증했는 데도 조합원 3분의 2가 아닌 절반의 동의만 받았다"며 선이주에 반발한 일부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합과 조합원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조합 측은 오는 25일 배재고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삼성물산과의 공사계약서를 승인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많은 조합원들은 이에 반기를 들고 있다. 추가 분담금을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또 선이주 상태에서 본계약을 위한 총회를 여는 것은 불리한 조건에서 본계약을 수용하라는 부당 행위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덕동 부동산월드공인 관계자는 "이달 19일 열릴 계획인 사업시행인가 총회도 예정대로 개최될 지 미지수"라며 "사업 진척이 없고 조합원간 갈등도 심하다보니 가격을 많이 낮춘 급매물이 요즘 들어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고덕시영 62㎡형 매매가는 5억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1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고덕주공2단지의 경우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건설사 단 한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조합은 '미분양 발생시 현금 대신 미분양 아파트로 공사비를 지급한다'는 대물변제 조건이 건설업체들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최근 긴급 대의원회의를 여는 등 입찰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서울시의 까다로운 사업 요구가 걸림돌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는 지난 6월 둔촌주공단지에 공공성 확보를 위해 복리시설을 확충하고, 소형가구 비율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최근 서울시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여진히 30%에 미치지 못하는 소형 비율 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는 상태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경기 침체와 인근 하남시 보금자리주택의 저렴한 분양가 책정, 서울시의 소형비율 30% 요구 등 악재가 겹쳐 당분간 이 지역 재건축 아파트값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