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일 목표는 정해져 있는데, 정유사와 주유소 등 정작 시장에 참여해야 할 주체들은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정유사는 참여의사가 미온적이고, 주유소는 참여 가능한 주유소가 비상표 주유소로 한정돼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에 이어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석유전자상거래가 이달 말 '정식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의 최대 관건인 정유사의 참여 여부가 개장을 일주일 남짓 남기고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장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유사들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공급자간 경쟁유도가 취지인 이 정책에 정유사가 과연 협조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부터 이번주까지 모의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정유 4사는 어느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일부터 참가신청을 받고 있는데 아직 정유사의 반응이 없다"면서도 "아예 참여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다음주 중엔 참여할 것도 같다"고 말해 현재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만약 정유사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석유대리점만으로 개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대 공급자인 정유사가 빠지면 시장규모가 초라해지는 만큼 기름값 인하를 위한 파급효과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구매자인 주유소 쪽에도 문제가 있다. 정유사 상표 주유소는 전량 구매계약 때문에 계약하고 있는 정유사 외에 다른 곳에서 기름을 사올 수 없다. 따라서 이들 주유소는 전자상거래시장에 참여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유사 계약물량의 20%는 외부구매를 허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고 있으나, 이 또한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은 미지수다.
결국 당장 전자상거래가 개장되면 구매자는 석유대리점과 무폴 주유소, 알뜰주유소만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주유소들은 형평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1월 기준 전국 주유소 숫자는 1만3285개(등록 기준)로 이 중 무상표 주유소는 730개다. 전체 주유소 중 약 6% 정도만 시장참여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극적인 정유사를 시장에 참여시키려면 구매자가 많아 거래물량이 커야 한다"면서 "그러자면 일반 주유소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요즘 알뜰주유소 가격도 일반 주유소보다 ℓ당 10원 정도밖에 싸지 않다. 그런데 전자상거래시장에 나온 기름이 얼마나 저렴할지 회의적"이라며 "개장 이전에는 참여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가 모의시장을 운영한 결과 정유사를 제외한 석유대리점만이 공급자로 참여했다. 또 구매자로는 약 100여개의 주유소가 참여했다고 거래소측은 밝혔다.
거래소는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급자에겐 유류대금 0.3%의 세액공제 혜택을, 구매자에겐 당분간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모의시장만으로는 정식 개장 이후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모의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 판단할 수가 없다"며 "정유사의 실거래 공급가가 우리측에 공개가 안됐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는 "전자상거래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기준이 시중가와 비교되면서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유사가 공급자로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