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두산그룹의 오너 4세들이 저마다 앞 다퉈 지주사인 두산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오너 4세들은 세무서에 주식을 담보로 맡기기도 했다. 이러한 경우는 세금부담으로 주식을 담보로 맡긴 것이다. 오너 4세들이 주식을 세무서에 맡긴 배경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50) 두산건설 회장은 지난달 31일 보유하고 있던 두산 주식 전량인 132만6842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박 명예회장 차남인 박지원(47) 두산중공업 사장은 보유지분 88만4532주 가운데 88만4541주를 담보로 맡겼다. 박 명예회장 장녀인 박혜원 두산매거진 전무도 44만1180주 중 44만1302주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사실상 박정원 회장은 보유 주식 전량을, 박지원 사장은 보유주식보다 9주나 많은 주식을 통해 담보대출을 받고 세무서에 공탁한 것이다. 박혜원 전무도 122주나 많은 주식이 담보로 제공됐다.
이들이 세무서에 보유주식을 담보로 맡긴 것은 지난해 10월 박 명예회장으로 증여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해 10월 박정원 회장이 30만주를, 박지원 사장이 20만주를, 박혜원 전무가 10만씩의 주식을 증여받았다.
증여 대상 재산이 주식일 경우 증여결정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에 따라 증여세가 결정된다. 12월17일 기준으로 증여세가 결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증여세를 연부연납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세무서에 맡긴 것으로 풀이됐다. 세무서에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다른 기업들이 세금을 이유로 세무서에 보유주식을 담보로 맡기기 때문에 이 의견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작년 10월 당시 최대주주가 보유지분의 절반 가량을 담보로 제일저축은행 등에 돈을 빌리고 강남세무서에 공탁했던 코스닥 상장사인 아인스M&M의 경우도 개인의 세금문제 때문이었다. 금융위기로 주식이 급락하자 당시 최대주주는 보유지분의 절반 이상을 반대매매로 잃은 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세무서에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것은 세금을 내지 못해서 납부를 연장하는 용도로 사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
한편 박 명예회장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44) 두산산업차량 사장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한국증권금융, 하나대투증권 4곳을 상대로 보유 주식 75만2619주 전량을 담보로 제공했다. 박 명예회장 동생인 박용만 (주)두산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사장도 보유주식 40만5012주 전량을 같은 곳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개인적으로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은 것이라 그 배경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