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연간 천연고무 생산량은 약 1100만t으로, 이 중 태국은 약 300만t을 상회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태국 내 홍수가 발생하면 천연고무 작황 부진으로 이어져, 천연고무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바로 작년 말 이런 현상이 벌어져 대체재인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큰 반사이익을 거뒀었다.
올해도 최근 두달 넘게 태국에 홍수가 발생하며 자연히 반사이익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홍수는 천연고무 작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천연고무나무가 밀집한 태국 남부지역에 홍수가 발생한 것과 달리, 올해는 중부지방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지만 주로 중부지방 다수 산업공단이 침수되면서 공단내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태국 현지의 코트라 방콕무역관 관계자는 “남부지역에는 홍수피해가 거의 없다. 현지 언론에서도 천연고무 작황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오히려 천연고무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수입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거래시장에서 형성된 천연고무 가격은 지난 2월부터 대체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20일 기준 kg당 277엔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보다 6.4%, 전월보다는 19.48% 떨어진 수치이다. 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약세로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도 태국의 홍수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도 “작년엔 고무나무가 밀집한 지역에 홍수가 나서 수확량에 영향을 많이 줬기에 천연고무가격이 폭등했지만 이번엔 아직 그런 부분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국 홍수는 10월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향후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태국 반사이익은 불발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밖에도 최근 합성고무 업황에 긍정적 요인들이 생기고 있다. 우선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 가격이 최근 폭락세를 보이고 있어, 합성고무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타디엔 가격 폭락은 미국 등의 물량이 아시아에 유입돼 현재 아시아 수요처의 재고가 넘쳐나는 것과 경기 침체로 합성고무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이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가동률을 높게 가져가고 있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현재 공장을 풀가동 중”이라고 했고, 금호석유화학도 “지난 9월 부타디엔가격이 폭등했을 당시 정기보수를 앞당겨 실시, 점검을 끝내고 가동률을 올렸다”고 전했다.
여기에 타이어 성수기를 앞둔 국내 타이어업체들이 올겨울 생산량 확대 계획을 밝혀 수요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금호타이어·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모두 올겨울 작년보다 20% 이상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최대 30%까지 늘리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