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골프…건강 따라주는 한 투어프로 계속할 것”

2011-09-2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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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미,KLPGA챔피언십 최고참 출전 “미국에서 우승 못했지만 노력·과정에 만족”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접는 프로골퍼들이 부지기수다. 골프대회 1승은 그만큼 어렵다. 지난주 미국 챔피언스투어 송도IBD챔피언십에서도 제이 돈 블레이크(미국)는 1991년 미국 PGA투어에서 1승을 올린 이후 20년만에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정일미(39·하이마트)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잘 나가는 선수’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 대회에서 8승을 거두며 상금왕도 두 번 했다. 그런 그는 2004년 미국진출을 감행했다. 국내대회가 많지 않은데다 후배들이 ‘신천지’로 가 성공신화를 쓰던 때였다.

서른 둘의 나이에 접한 미국투어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까마득한 후배인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 장 정 등은 우승컵을 잘도 들어올렸지만, 그는 피해갔다. 국내 무대를 주름잡던 그였으나, 미국에서는 좀처럼 우승 기회가 오지 않았고, 왔다 해도 그를 비켜가기 일쑤였다.

그러기를 7년. 그는 지난해 미국투어 생활을 접고 국내로 돌아왔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버려 동반플레이어들은 그를 ‘언니’나 ‘프로님’이라고 부른다. 국내에 복귀해서도 ‘아직’ 우승소식은 없다.

우승컵을 들어본 것이 언제인가. 2003년 4월 김영주골프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8년동안 ‘무관’이다. 그런데도 그는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곧잘 웃는다. 남들이 “프로 맞아?”라며 수군거려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고 다시 대회에 나가 클럽을 들고 목표를 향해 스윙한다. 그것이 언제 끝날 지는 자신도 모른다. 그는 22일 시작되는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도 최고참 선수로 출전한다.

“중2때 골프를 시작했으니까 25년 골프와 인연을 맺어오네요. 순간순간 후회한 적도 있지만 골프를 통해 웃고 울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큰 틀에서 후회하지 않아요.”

미국투어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는 그 말고도 몇 있다. 한 후배가 “우승해야 하는데”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해주었다고 한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1승은 어찌보면 자기만족일 수 있다. 아예 미국에도 못간 선수가 있는데 1승이 뭐 그리 중요하냐. 순간순간 열심히 살았으면 그 노력과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 스스로 패배의식을 갖지 말자.”

정일미는 플레이가 잘 될 때나 안 될때나 잘 웃는다. 생각이 없어서, 천성이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일에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에요. 이미 흘러간 것에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아도 웃으면서 다음 샷, 다음 라운드를 생각합니다. 실수가 나오고 게임이 안 풀릴 때 화를 낼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요.”

그는 언제까지 투어프로를 할 것인지, 선수생활 후엔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지금도 골프가 좋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대회에 계속 나간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골프 아닙니까. 은퇴하더라도 골프에 관한 비즈니스를 할 거예요. 골프 외에 다른 일은 생각조차 안해봤습니다.”

최근 규칙위반 사례가 잦은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결과라고 생각해요. 골프든 인생이든 교육은 기본 아닙니까. 스코어 1타에 연연하고 우승에 집착하다 보니 조바심이 생겨 그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입니다. 골프인생을 길게 보고 기량 못지않게 규칙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는 또 프로암대회 등에서 숱하게 봐온 아마추어 골퍼들에 대해서도 “레슨 좀 받고 필드에 나와라”며 쓴소리를 했다. “골프는 동반자를 배려하는 스포츠 아닙니까. 예컨대 ‘슬로 플레이’를 하면 그 폐해는 동반자나 뒤 골퍼들에게 돌아갑니다. 필드에 나올 때 플레이 속도, 벙커 정리, 볼마크 보수 등 기본적인 에티켓을 알고 나오면 골프가 더 재미있어지고 오랫동안 골프를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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