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재계에서는 지난 2008년 7월 그룹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이후 3년여 만에 미래전략실의 2인자인 실차장 자리가 복원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해석했다.
그룹 내에서도 "불확실한 미래 경영환경에 보다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위기다. 아울러 미래전략실의 입지가 과거 구조조정본부처럼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재기되고 있다.
실제 이인용 부사장은 브리핑에서 "이건희 회장이 4월부터 정기 출근하면서 미래전략실의 업무량이 증가,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을 보좌할 실차장 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충기 사장은 당분간 김순택 실장을 보좌해 각종 회장 보고업무를 챙기고, 계열사 현안 조율과 신수종 사업 추진·대외 협력 등을 챙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횟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권한 위임과 자율을 강조하는 김순택 실장의 업무 스타일을 고려하면, 일부 업무 영역에 대해서는 장 사장에게 맡기고 사후 보고를 받는 식의 역할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충기 사장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장충기 사장 역시 이번 인사를 통해, 그동안 본인이 속해있던 커뮤니케이션팀뿐 아니라 전략1팀(삼성전자 담당)·전략2팀(기타 계열사 담당), 경영지원팀(재무), 인사지원팀(인사), 경영진단팀(감사)을 두루 챙기면서 김순택 실장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
장충기 사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1978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기획담당 이사보,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 기획팀 상무·전무·부사장을 지냈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기획전문가로 통한다.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을 맡다가 2010년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이동한 뒤에는 삼성 대외 협력과 기획 업무를 총괄해왔다. 과거 이건의 회장의 연설문을 직접 썼고 치밀한 분석과 기획력으로 이 회장의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은 지독한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 휴가를 반납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건희 회장의 호출이 언제 올지 몰라 외부와의 식사 약속도 자제할 정도다. 앞으로 장 사장은 지금까지 맡아온 그룹 기획·대외협력 업무를 당분간 관장하고, 이인용 부사장이 언론 홍보와 사내 커뮤니케이션 등의 업무를 주로 지휘하게 된다.
삼성은 지난 6월 중순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감사팀장)과 인사지원팀장을 전격 교체한 후 또 한 번 그룹 컨트롤타워 진용의 변화를 꾀하게 됐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 회장의 전격적인 인사에 또 한 번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삼성의 정기인사 관행이 바뀌었다는 점을 또 한번 확인한 셈"이라며 "삼성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말 정기인사가 축소되고 이번과 같은 상시 인사 시스템이 삼성에도 도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