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영업환경이 열악한 저축은행들이 고사하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사로부터 금융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 등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형사-중소형사 이분화 심화할 듯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존에 매물로 나왔던 저축은행과 더불어 지난 18일 7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다음달 중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저축은행 7곳 중 6곳이 서울과 수도권에 영업거점을 두고 있어 그동안 저축은행 인수 의지를 밝혀왔던 금융지주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토마토와 제일저축은행은 업계 2위와 3위의 대형 저축은행으로 이 정도 규모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곳은 금융지주사 외에는 없다”며 “나머지 저축은행들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지방 저축은행보다 매력적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 우리금융지주는 1~2개 저축은행을 추가로 사들여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도 적당한 매물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부실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선뜻 인수하기는 어렵지만 자산과 수익구조를 감안하면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의 조건이 나쁘지 않다”며 “예금보험공사가 손실보전 규모를 늘리는 등 조금 양보한다면 인수전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경우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은 모회사의 지원에 힘입어 영업 재개 후 3개월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1% 수준으로 상승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금융지주사의 인지도를 등에 업는다는 것은 대단한 혜택”이라며 “증자 등을 통해 자금력까지 확충한다면 기존 저축은행들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이 대형화할수록 지방 저축은행들은 철저하게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업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지주사 영향력 강화… 선진 금융기법 배워야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한 의견 조율 과정이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다보니 여러 사안에 대해 덩치가 큰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의 발언권이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정책 지침을 하달할 때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을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진 금융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에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가 거의 없다”며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으로부터 금융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 등을 배워 업계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