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옛 제일은행의 전통성을 고려해 ‘SC제일은행’이라는 행명을 써왔으나 향후에는 SC금융의 글로벌 브랜드를 앞세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여름 SC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부터 SC제일은행의 행명 변경이 검토됐으며 본격적으로 이를 추진하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SC제일은행의 리차드 힐 행장은 올해 초 행명 변경에 대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직접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SC그룹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며 “이러한 브랜드의 강점을 국내시장에 접목시키기 위한 것 중 하나가 행명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C금융지주 산하 5개(SC제일은행·SC펀드서비스·SC캐피탈·SC저축은행·SC증권) 자회사 중 SCB와 ‘제일’의 명칭을 혼용해 쓰고 있는 곳은 은행이 유일하다.
이에 지주사의 통합 효과를 노리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한 성장을 위해 행명을 바꾸려는 뜻으로 보인다.
'제일’이라는 명칭 탓에 최근 부실로 인해 영업이 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을 연상시킨다는 점도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실제로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후 은행 측은 홈페이지 팝업창에 ‘정지된 저축은행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 측 관계자는 “행명 변경을 검토 중이긴 하나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행명 변경이 실행될 경우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내부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C제일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올해 명칭 변경은 없다더니 또 거짓말을 했다”며 “글로벌 투기경영 행태에서 나아가 아예 한국색을 지우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스탠다드차타드라는 명칭은 국내에 아직 생소해 고객들이 인식하기 어려워 지점에서도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 측이 이달 말 1000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는 현재도 캐주얼 복장 근무 및 점심시간 일제히 퇴장 등 태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SC그룹은 그해 9월, 47년만에 행명을 ‘SC제일은행’으로 바꿨으며 당시 리브랜딩 작업에 투입된 인원만 2만여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