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강덕수 회장, 다시 내려놓다

2011-09-21 16:00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때문에 관성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성공의 법칙에 더 매몰되기 마련이다.

사카이야 다이치가의 저서 ‘조직의 성쇠’에 의하면 조직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이유로 성공신화에 매몰되는 리더를 꼽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표적 인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지목했다.

그의 조직은 빠르게 성장하며 성장에 도취했다. 무모하게 덩치를 키웠고, 분수에 넘치는 군사를 동원해 조선 침략에 나섰다. 결국 일본 전국시대의 최후의 승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재계에도 히데요시와 견줄만한 인물이 있다. 바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다. 그는 그룹 출범 10년 만에 STX를 자산 22조원의 재계 순위 14위(공기업 제외)로 일궜다. 말 그대로 ‘폭풍성장’이다.

이런 성장에는 강 회장의 인수합병(M&A)에 대한 탁월한 안목이 주효했다. 그는 쌍용중공업을 시작으로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아커야즈(현 STX유럽)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그룹 외형을 100배 이상 키웠다

하지만 강 회장은 히데요시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인수 포기를 선언한 하이닉스를 비롯, 대한통운·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대한조선 등에 대한 인수 의사를 잇따라 철회했다. 그룹 외형을 또한번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셈이다.

대내외 경제 상황과 재무 상태를 고려한 강 회장의 결단이었다. 물론 STX의 잦은 번복은 시장의 우려와 함께 그룹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가져왔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그의 판단은 결과론적으로 옳았다. 그룹의 주요 사업인 조선·해운 시황이 불안정함에도 STX가 여전히 순항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오너의 판단은 기업의 존망을 결정한다. 금호그룹은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로 추락했다. 대우그룹은 부실 우려에도 세진컴퓨터와의 관계를 8년 동안 유지, 무려 1조원에 달하는 외상매출금을 떠안으며 스스로 붕괴했다.

강 회장은 자신이 만든 성공법칙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며 STX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100억원을 투자해서 10억~20억원을 벌수도 있지만, 50억원을 날릴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누구에게나 ‘실수의 여지(margin of error)’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