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엄명’에 은행권 가계대출 선회

2011-08-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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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중단한 일부 은행들에 대해 이를 철회토록 요구하면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한 시중은행들이 실수요자 대출을 재개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신 기존 가계대출의 상환을 적극 독려하면서 대출 증가를 예방한다는 계획이지만, 특판 대출금리, 지점장 전결금리 등 고객 우대금리도 줄이기로 하면서 금리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제2대출권을 통한 풍선효과만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시중은행 부행장과 실무자들을 불러 모아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신규 가계대출의 중단보다는 기존 대출의 상환을 통해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고, 상환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서민이나 실수요자 대출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특히 당국은 각 영업점에 대출 중단 공문을 보낸 농협에 대해 이를 취소하도록 요구했으며, 대출을 중단한 다른 은행들에도 주의를 촉구했다.

대신 시중은행들이 연말까지 월별 가계대출 취급계획을 마련하고, 특판 금리, 지점장 전결금리 등을 동원해 일선 영업점들이 중구난방식으로 대출을 늘리는 행태는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중단을 철회하는 한편 대출 상환의 유도를 위한 세부계획 마련에 나섰다.

가장 먼저 검토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대출 상환을 위한 자금 여력이 있거나 실수요가 아닌 주식투자 등의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고객들이다.

시중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고객에게 상환이 가능한지 물어본 후 자금 여력이 있는 고객의 상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주식투자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판단되면 만기 연장을 까다롭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예금담보대출과 주식담보대출의 특별상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경쟁에 동원됐던 우대 대출금리 등이 사라져 상대적으로 고객 부담 금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또한 은행권에서는 이들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가이드라인을 이미 넘어선 상태여서 실질적 대출 재개 여부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전월 대비 가계대출 0.6% 증가율이 가이드라인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농협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가계대출이 4941억원 늘어 증가율이 0.84%에 달한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증가율이 0.57%로 0.6%에 거의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임기응변'식 대책이 계속되는 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정책은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40조9341억원으로 지난해 5월 416조3864억원보다 5.9% 늘어난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147조6415억원에서 171조3572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금은행의 2.7배에 이르는 규모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을 일부 중단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릴 경우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제2금융권은 시중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고 관리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초 가계대출 중단 방침을 밝히지 않은 은행들은 고객들이 몰리며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은행권에 비해 대출 여력이 많아 대출 중단을 밝히지 않은 국민은행의 경우 고객들로부터 대출 문의 빈도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가계대출 증가율이 0.6%를 넘지 않은 대부분의 외국계은행도 대출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도 은행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택담도대출 상품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은행권 대출이 힘들어지면 보험사 쪽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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