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러, ‘경제협력’ 강화… ‘다자외교’ 중장기 목적도

2011-08-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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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한 목적은 동북아 정세가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러시아와 스킨십을 강화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킨십 강화의 단초는 ‘경제협력’.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자외교의 틀을 구축한다는 포석이다.

그동안 동북아 문제에서 한발 빠져 있던 러시아로서도 북한과의 공조를 통해 역내 문제에서 입김을 강화하고 중국 견제를 강화할 수 있어 양측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과 연평도ㆍ천안함 사건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남측으로부터의 제재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러시아와의 친밀도를 높일 필요가 커졌다.

김 위원장은 주변의 거센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했지만 원하는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식량·에너지난이 심화하고 있어 제3국의 도움이 절실하기도 했다.

때문에 경제난 극복을 시작으로 양국 간 협력은 점차 강화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정치·외교적 연대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북측에 가스, 에너지, 철도건설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극동지역 개발을 경제발전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북한은 또 중국과 공동개발에 나선 나선특구에 대한 러시아 측의 투자를 요청할 수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나선특구 개발과 투자에 함께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나진항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도 양국 간 공동 관심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가 다자외교에 발을 디딘다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목적도 주목된다. 최근 들어 중국 쪽으로의 지나친 쏠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을 맡은 외교ㆍ안보 측면 뿐 아니라 경제 의존도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강화를 통해 쏠림현상을 완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지렛대로 중국을 제어ㆍ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강화해 동북아 정세에 영향력을 키워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읽힌다.

한편 북한은 한국과 가스관 연결사업을 추진 중인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키로 하면서 정치·경제적 이득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남ㆍ북ㆍ러를 잇는 가스관을 설치하면 북측도 한해 가스 통관료로 1억 달러 정도를 벌어들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ㆍ북ㆍ러의 협조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연결되면 한반도는 동북아의 훌륭한 물류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TSR과 TKR 연결 프로젝트는 그동안 북한을 통과해야 하는 송전선의 안전성 문제와 사업비 확보 문제 등의 난관에 부닥쳐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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