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능과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기조인 ‘MB노믹스’가 해체된 결정적 요인은 부자감세의 철회다. 이명박 정부는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주면 부유층의 잠재 소비가 늘어나고 결국 경기가 활성화돼 세입증대로 이어진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본으로 삼았다.<관련 기사 4.5면>
그러나 법인세, 소득세를 각각 2%포인트 낮춰주는 감세를 예고했음에도 재벌과 대기업은 ‘수출 위주 성장’을 이어갔고 내수 시장의 어려움은 지속됐다. 결국 한나라당은 감세철회 방침을 정하기에 이르렀다.
또 고성장(7% 경제성장률)위주의 정책은 결국 물가대란을 불러왔다. 고성장을 위한 ‘고환율-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 통계를 분석한 결과 MB물가지수 상승률은 4.3%로 5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MB물가지수는 서민들이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품목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서민의 물가 체감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세부 품목 중에서 가장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은 마늘로 전년 동월 대비 57.6%를 기록했다. 이어 돼지고기 29.5%, 고등어 28.4%, 달걀 26.1%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서민들의 안식처로 제공하겠다며 내놓은 보금자리주택 건설정책도 사실상 중단되고 ‘반값’ 목표도 시세의 85% 수준으로 상승될 조짐이다.
민생 최대 현안인 ‘반값 등록금’도 이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한나라당 등록금 완화책은 소득 하위 50% 계층 자녀에게 등록금의 50%를 국가가 지원하자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는 90%, 차상위계층은 80%, 차차상위계층은 70%씩 등록금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내년 등록금도 10%정도 낮춰지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친기업 정책도 후퇴의 연속이다. 우리금융 매각을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지주사법 시행령(금융지주의 다른 금융지주 인수시 95% 이상 지분 확보) 개정을 스스로 철회한 것은 무기력한 정부의 대표적인 모습이라는 평가다.
또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치권 반대로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4월 개정안을 마련,국회에 넘겼으나 ‘재벌 특혜’를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가 거세서다. SK CJ 두산 등 지주사 전환 기업들은 금융사 처리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정부 관료들은 “정권말기 레임덕 등으로 더 이상 ‘MB노믹스’를 추진해나갈 동력이 고갈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