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공직사회의‘비위’자화상
②마비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③‘감시탑’감사원의 운명
④존폐 기로 선‘정치검찰’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용서받지 못할 비리’로 규정한 저축은행 사태에 청와대 고위급들이 줄줄이 연루돼 국민적 우려를 낳고 있다. ‘내부 감시탑’ 민정수석실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공직기강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 폐지됐다가 부활한 이후에도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머무는 등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 또 민정라인이 내부 사정보다는 이전 정권의 비리를 캐는데 주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 업무 보좌, 법률문제 보좌,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핵심 요직이다. 대통령 친인척관리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도 맡는다.
21일 청와대에 따르면 민정수석 아래 민정1(친인척 관리 및 민심 동향 파악)비서관, 민정2(사정기능)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공직기강 및 검증), 법무비서관 등이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직기강비서관을 폐지한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공직기강 비서관은 공직자들의 비리를 엄중히 다뤘다”며 “공무원들의 기강 확립을 매섭게 해나갔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들어 공직비서관을 없앴고,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의 낙마를 계기로 공직기강팀장 위에 한 단계 격상된 직급인 공직기강비서관을 얹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1년 가까이 공석이었다.
공직기강과 인사검증의 기능은 전무했다. 이번 저축은행 비리 사태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연루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저축은행 박종록 고문변호사는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구명로비 전화를 건넸다. 박 변호사는 권 수석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외에도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 2007년부터 14개월간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인 서울신용평가정보의 고문으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고, 정진석 정무수석은 2004년부터 3년간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 및 감사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도 저축은행 비리 사태에 연루돼 있다.
이같이 청와대가 이번 비리에 전방위로 연루된 것은 현정부 민정라인이 ‘내부감찰’을 통하 자정기능에 힘쓰지 않고 이전 정권의 비리를 캐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청와대 민정수식실에서 일했던 한 행정관은 “민정 1, 2 팀이 나눠지면서 내부감찰이나 권력형 게이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비리에 대한 세세한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큰 틀의 흐름만 알았다”고 말했다. 제대로된 내부감찰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현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라인은 내부 감찰이나 비리에 대한 단죄보다는 이전 정부나 야당에 대한 ‘뒷조사’를 벌이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며 “전방위 비리에 너무도 무기력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