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선박왕 싸움에 난처한 '유코와 우리은행'

(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국세청으로부터 4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받은 시도상선 권혁 회장과 국세청 간에 밀고 당기는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도상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유럽계 해운사 유코와 우리은행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권 회장의 홍콩 회사인 CCCS(CIDO Car Carrier Service)가 자동차운반선을 빌려주고 있는 유코에 시도상선이 받을 용선료(약 40억원 상당)의 압류를 요청했다.

CCCS는 유코에 자동차운반선 5척가량을 빌려주고 있다.

하지만 유코는 국세청의 이 같은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세청과 시도상선의 세금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용선료의 지급을 보류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말부터 유코에 대한 세무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용선료 압류를 위한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국세청 측은 5년 만에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에 놓인 것은 유코 뿐만이 아니다. 우리은행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국세청은 최근 CCCS의 운영자금이 들어 있는 우리은행 홍콩지점 계좌를 압류해 세금을 추징하려 했다. 하지만 CCCS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내자 홍콩법원은 “압류 조치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CCCS는 결국 우리은행 홍콩지점 계좌의 돈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본점을 통해 지점 계좌를 압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은행이 압류 무효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압류 조치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면 우리은행에 대지급도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황에 이렇다보니 중간에 낀 우리은행만 입장이 난처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홍콩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장 홍콩지점의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 당혹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초 국세청은 권 회장에게 4100억원의 세금을 낼 것을 통보했지만, 권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권 회장은 이달 말까지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