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에 더 빛났다

2011-06-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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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난관 봉착마다 새로운 지향점 제시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

1993년 6월 이건희 삼성 회장(현 삼성전자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신경영’을 선포하며 기존의 양적 성장에 만족해온 삼성 임직원들에게 각성을 촉구했다.

1987년 삼성그룹의 수장에 오른 이 회장은 6년간 묵묵히 조직 다지기에 몰두했다. 선대회장 당시의 창업공신들이 건재한데다 지분정리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개혁에 나섰다간 오히려 후유증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직 장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순간 이 회장은 조직의 근간을 뒤바꾸는 혁신의 기를 세웠다. 준비 역시 철저히 진행됐다. 이 회장은 1993년 1월부터 6월까지 LA·도쿄·오사카·런던·후쿠오카 등 해외 10여 곳을 돌며 현장을 점검하고 마라톤 회의를 이어간 끝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대단원을 마치며 조직의 진화를 선언했다.

이 선언 이후 이 회장은 삼성과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는 경영을 펼쳐왔다. 삼성이 신경영을 통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체질을 개선한 이후에는 바로 다음 과제를 던졌다.

이 회장은 2003년 인재경영을 통해 제2의 신경영에 나섰다. 그는 “21세기에는 천재 한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리고, 기업과 국가 발전을 이끈다”며 천재 양성 및 발굴을 천명했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은 기존 공채출신을 중용하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능력있는 국내외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며 조직에 새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4년 뒤인 2006년에는 제조업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 회장은 그해 6월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21세기는 단순히 상품만 만들어 파는 시대가 아니라 창의력과 아이디어,정보를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시대”라며 ‘창조경영’을 주창했다.

이와 함께 ‘관리의 삼성’으로 대변되던 조직문화의 방향을 크게 돌렸다. 이 회장은 “때로는 창의성을 위해 일하지 말고 놀아야 한다”며 구성원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이 던진 화두는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선언한 ‘위기경영’이다. 그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아울러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히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삼성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이후 삼성은 미래 5대 신수종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사업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크게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미래산업 역시 각 부문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 회장은 ‘깨끗한 조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기존의 선언이 성과에 중심을 뒀다면 이번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미 각 계열사에서는 자정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20일 “쇄신 작업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며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해봐야 된다”고 말해 향후 중장기에 걸친 조직문화 혁신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의 ‘클린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그간 이 회장의 화두가 삼성과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이 회장의 발언이 한국사회가 더욱 깨끗하게 정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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