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5.12대지진 3주년 르포 (上)> 쓰촨성, 신천지로 탈바꿈하다

2011-05-1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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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세계 2대 경제파워와 공산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 아래 쓰촨 지진 재해지역은 신천지로 거듭났다” (일본요미우리 신문)

“일본은 쓰촨 지진 복구사업의 경험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일본 마이니치 신문)

“아이티가 지옥이라면, 원촨(汶川)은 천국이다”(노엘 브라운 UN 우호이사회 의장)

중국 쓰촨성 원촨 5.12 대지진 3주년을 맞아 세계가 지진 복구 현장을 둘러보고 쏟아낸 찬사들이다.

지난 2008년 5월12일 14시28분(현지시각), 규모 8.0의 대지진이 중국 쓰촨성 원촨현을 강타했다. 희생자만해도 8만6000여명에 달했고 25만명의 주민이 부상을 당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쓰촨성은 지진당시의 악몽에서 벗어나 희망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류치바오(劉奇葆) 쓰촨성 당서기는 최근 “현재 지진 재해 복구 사업의 93%가 완료됐고 투자 역시 91%가 완료된 수준”이라며 “오는 9월 말까지 재해 복구 재건 사업은 100%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보다 모든 게 훨씬 더 좋아졌다”

지난 2008년 쓰촨대지진 발생 당시 심각한 지진피해를 입은 원촨현 수이모진은 3년 간 재건 사업끝에 새로운 관광마을로 거듭났다.


쓰촨성 성도 청두(成都)에서 약 76km 떨어진 원촨(汶川)현 수이모(水磨)진. 지난 4월 19일 '원촨 지진 3주년' 취재를 위해 수이모진에 들렀을때, 이곳이 과연 3년전 대지진의 진앙지였나 싶을 정도로 재앙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수이모진 거리에는 웅장하고 화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갖가지 새로 지은 건축물이 즐비해 있었다. 특히 돌, 나무, 흙으로 지은 소수민족의 전통 건축양식에 정원, 화장실, 내진설계 등 현대 건축방식이 조화를 이룬 것이 인상 깊었다.

이곳 토박이 주민인 장(姜)족들도 다들 거리에 나와 소수민족 전통 가무 공연을 즐기고, 민속 공예 솜씨를 선보이며 관광객을 즐겁게 맞이했다.

거리에서 만난 현지 주민은 지진 발생 이후 생활이 많이 변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만면에 웃음을 띠고“(지진 발생) 전보다 모든 게 훨씬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발생 이후 광둥성 포산(佛山)시가 복구 작업을 도와 오염배출 공장은 헐어내고 관광 마을로 새롭게 조성해 줬다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히려 부자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 수이모진에는 60㎢의 좁은 지역에 무려 60여 개의 공장이 밀집해 있었다.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하늘은 뿌옇고 마을 전체가 먼지와 진흙투성이라 쓰레기장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진 발생 이후 수이모진은 새로운 관광마을로 재 탄생했다. 이곳에는 600여개의 크고 작은 상점들이 문을 열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1인당 평균 소득은 이미 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상점을 경영하는 인(殷)씨는 “하루 수입이 최고 1000위안(한화 약 16만원)을 넘기도 한다”며 “과거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고 번 수입보다 지금이 훨씬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감은(感恩)’여관을 운영하는 한 노인도 “지진 이후 공산당 정부가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여관을 지어주었다”며 “공산당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말을 수 차례 되풀이 했다.

중국 정부가 2008년 쓰촨대지진 발생 이후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건설한 신도시 전경.


원촨만큼이나 피해가 컸던 베이촨(北川)현에서도 폐허 속에서 핀 희망의 싹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피해가 가장 컸던 베이촨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과거 도심에서 약 23km 떨어진 곳에 아예 신도시를 새로 건설했다. 주택 7만3000여 가구가 들어선 이 신도시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영원히 번창하라는 의미로 ‘융창(永昌)’이라고 명명했다.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도로, 공원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조경, 휴양 리조트 콘도 단지 건물처럼 지어진 주택들은 마치 우리나라 어느 신도시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쓰촨성 지진 피해 지역 방문 당시 엄마 품에 안긴 갓난 아기들이 눈에 종종 띄었다.


가는 곳 마다 갓난 아기를 품에 안은 30~40대 중년 여성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지진때 아이를 잃은 가정에 대해 정부가 특별히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도록 배려한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1~4월까지 베이촨에서만 총 430명의 신생아가 새로 태어나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줬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도시에 새롭게 건설된 베이촨(北川)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밝은 미소 속에서도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베이촨현 신도시에 새로 건설된 베이촨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


베이촨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노란색 체육복 차림의 장(張)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새로운 캠퍼스가 무척 마음에 든다”며 “처음 학교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마치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중국 귀국화교연합회에서 2억 위안(한화 약 330억원)을 들여 건설해 지난 2010년 8월 새로 문을 연 이 학교는 마치 유럽 명문 고등학교를 방불케 할 정도로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총 건축면적 15만㎡에 세워진 캠퍼스에는 중고등학교 건물 6개, 기숙사 건물 4개, 운동장 2개, 농구장 16개 등 모든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장은 지진 당시의 생활상에 대해 다음과같이 소개했다.

“지난 2008년 5월12일 학교가 무너지면서 갈 곳을 잃은 20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은 지진 발생 후 일주일 후인 19일부터 천막 속에서 수업을 재개하는 굳은 의지를 보였지요. 지난 한 달 뒤인 6월 쓰촨성 대표기업 창훙(長虹)전자가 마련한 ‘창훙 학습중심’이라는 임시 가건물로 옮겨 공부하고 생활하며 장장 818일을 버텼어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습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베이촨 중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뤄낸 쓰촨성의‘기적’

“사랑으로 지진의 상처를 보듬고 두 손으로 삶의 터전을 재건하자” “힘을 모아 천재지변을 극복하자”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백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자”

쓰촨성 재해지역 곳곳에 나붙어 있는 표어에서도 주민들의 재해 극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쓰촨성 경제도 지난 2010년 들어서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2008년 쓰촨성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수는 59%, 중국 방문객 수도 60%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쓰촨성 주요 관광지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 해 쓰촨성은 GDP가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해 중국 전체 지역 중 8위를 차지했다. 국내외 관광객 수도 총 2억7246만명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증가했으며, 관광수입도 총 1886억900만 위안(한화 약 31조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8.1%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진 재해 복구 작업은 매우 성공적으로 추진됐고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재해 지역 주민들이 3년만에 삶의 보금자리를 회복하는 ‘기적’을 일궈낸 것은 주민들의 강인한 의지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두이커우(對口) 건설원조 사업’ 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두이커우 건설원조 사업이란 중국 동부 지역의 비교적 부유한 성시가 쓰촨성 각 재난 지역과 ‘자매결연’을 맺고 재해 복구 작업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국 전역의 모든 성시가 최악의 지진 재해 속에서도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삶의 터전을 재건했다.

실제로 광둥성은 원촨현과 산둥성은 베이촨현과 자매결연을 맺고 이들 재해 지역의 재건복구 사업을 집중 지원했다.

통계에 따르면 광둥성은 원촨 지역 재해 복구 사업에 각각 총 82억 위안(한화 약 1조35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산둥성도 베이촨 지역 재해 복구 사업에 필요한 비용 154억 위안 중 무려 3분의 1 가까이를 지원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재건 방식에 대해 룽언선(龍恩深) 쓰촨대 교수는 “이는 그 동안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원조 방식”이라며 “부자 동네에서 재해 지역과 자매결연을 맺고 자금을 대주면서 재건 작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최근 지진이 발생한 일본에서 거울로 삼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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