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bit-Moonshine/ 227x543cm/ Charcoal on Canvas/ 2010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작가는 달빛을 쫓아 세상을 만난다. 그곳에는 무섭게 밤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와 폭포가 있다. '달빛과 소나무'. 작가 이재삼(50)의 브랜드가 됐다.
'목탄작가' 이재삼이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달빛을 받다'를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가 목탄으로 담아낸 소나무는 검은 공간에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형세다. 가로 5m 크기의 소나무들은 ‘압도적'이다.
작가는 오래된 소나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면서 믿기 힘든 경험과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300년 이상을 버텨 온 소나무들이 서있는 땅 역시 나무 못지 않은 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달빛을 받은 자연물들을 처음 봤을 때 느껴지는 것은 꿈이 침식되어진 풍경이라고 할까, 흑백사진에서 오는 오묘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무엇인가 새롭게 열릴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시간, 다시 말해 천지개벽이 이루어지기 직전의 긴장감이라고 할까요."
달빛은 품은 작품은 흑백의 극치다. 또한 목탄의 재발견이다. 작가는 "목탄은 드로잉의 재료가 아닌 회화"라고 여긴다.
“목탄은 나무를 태워서 숲을 환생시키는 영혼으로서 표현체입니다. 목탄은 단순히 재료이기 이전에 저에게는 대상을 감지하는 안테나와 같은 역할을 하지요."
작가는 목탄의 성질에 매이지 않고 그것을 하나의 공간으로, 자신과 같이 움직이고 사고하는 또 다른 '이재삼'으로, 그의 '아바타'로 만들어 놓았다.
작가와 재료 그리고 화면이라고 하는 그림의 삼요소 중 작가와 재료 그 둘을 통합시켜 버렸다.
"사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사물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 그 고유한 형상의 바깥(너머)이 만들어 내는 빈 공간입니다. 그 어둠, 그 여백,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비경이 있습니다. 일종의 ‘초월’ 일 것입니다."
닿아버리는 성질, 목탄으로 작업은 쉽지않다.
"목탄을 캔버스 즉, 면천 위에 올리기는 정말 힘이 듭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재료 연구를 통해 다른 기법들을 발견해 냅니다. 하지만 여전히 천 위에 목탄을 집적시키는 작업이 가장 힘이 듭니다. 또 이 작업은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건강상의 문제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번 전시작품중 그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만지송'. 만가지 가지가 있어 만지송이라는 이름이 붙은 소나무다.
"소나무는 한국인의 정서와 맞닿아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 약 40여수를 시작으로 한국의 소나무를 찾아 여행을 떠났으면 합니다. 추천하는 소나무 여행지요? '만지송’을 만났던 경남 영양, 합천 화양리의 소나무 그리고 지리산의 ‘천년송’은 꼭 볼만 합니다."
전시는 4월3일까지.(02)7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