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정비사업-중] 뿌리내리지 못하는 공공관리자제도

2011-03-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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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담합 사라지는 등 투명성 높이는데는 성공<br/>사업추진 위한 재원조달 등 곳곳서 허점 투성이

지난 2009년 7월 공공관리자제 시범지구로 지정된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 2구역. 추가분담금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구역 주민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1. 공공관리자제도 첫 시범지구인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한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서울시는 대박, 성수동은 쪽박. 이것이 공공관리 시범지구냐!”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아왔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사업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1일 오전 11시 찾은 현장에서는 곳곳에서 불만의 소리가 들려왔다. 기부채납비율과 이에 따른 추가분담금 문제를 놓고 조합원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가 하면 서울시와 구청간의 불협화음, 운영자금 조달 문제로 삐그덕 거리고 있는 것이다.

#2.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제5구역 추진위원장과 감사가 최근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해 9월 용산구가 5구역 추진위를 고발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정비업체 선정 총회를 열지 말것을 요구했지만 추진위가 이에 따르지 않자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지난해 추진위가 구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체 정관에 따라 총회를 열고 정비업체를 선정한 것을 구청이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남5구역은 사업계획서를 구청에 다시 제출하는 등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지만 과거와 다른 제도와 관습으로 인한 혼란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공관리는 각 구역의 사업 진행 단계를 서울시가 운영하는 클린업시스템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지원하기 위해 구청 등이 관리자로 개입하는 시스템이다. 정비업체나 시공사 선정을 투명하게 해, 그 동안 문제가 됐던 일부 조합간부에 의한 밀실 담합이나 금품 수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서울시의 의도대로 공공관리가 도입되면서 정비사업의 투명성이 한층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하지만 곳곳에서 헛점도 노출되면서 갈등은 여전하다.

성수1지구는 주민동의율 문제 때문에 시끄럽다. 이근조 성수1구역 추진위원장은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75%)을 산정하면서 서울시는 과거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조합원의 동의(53%)를 그대로 인정하자는 입장이지만, 성동구는 주민동의율이 낮다며 처음부터 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도 쉽지 않은 문제다. 대한주택보증이 발급하는 보증서를 제시하면 서울시에서 사업기금을 5억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그 것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추진위 구성 단계에서 5억원(무상), 조합 단계에서 5억원(유상)씩 조합별로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금리는 담보를 제공할 때 연 4.3%, 신용은 연 5.8%다.

제도 도입 이후 주택보증을 통해 지원된 자금은 9개 구역 32억7300만원으로 구역당 3억6400만원 정도다. 나머지 부족한 돈은 조합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성수지구의 한 추진위 관계자는 “금리가 5.8%로 높고 실사를 거쳐야 하는 등 대출 과정이 까다롭다"며 "추진위원장이 보증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하는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시공사가 맡아서 했던 부분을 공공에서 맡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불법·탈법적인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취지는 좋다”며 “하지만 제도가 안착되기 위해 운영자금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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