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잇단 ‘中企인력’ 유입...빛과 그림자

2011-03-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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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하늘·조영빈 기자) #수도권의 한 금형기업 A사. 각각 7년, 10년 동안 A사에서 금형작업을 익힌 숙련공 2명이 최근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적을 옮겼다. 경험과 노하우 축적이 생명인 금형산업에서 이들의 공백은 컸다. 하지만 A사는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복리후생 때문에 이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없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B씨는 5년 넘게 소프트웨어(SW) 기업에서 근무했다. 잦은 야근과 휴일근무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낮게 책정된 연봉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해외 기업으로 이직을 고려하던 중 지난해 국내 굴지의 전자기업 C사의 러브콜을 받아 이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처우는 상당히 좋아졌다.

최근 전자 대기업들이 SW·금형 등 일부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관련 인력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재에 대한 우대가 가능하고, 국내 산업을 강화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이 심화된다는 문제점도 공존한다.

통상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이들 산업에서는 그간 실력과 업무량에 비해 크게 낮은 연봉을 받아야 했다. SW기업이 몰려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무선벤처기업의 200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2.3년, 직원 평균연봉은 2350만원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LG전자 등이 SW부문을 강화하면서 관련 인력들의 처우는 업그레이드됐다. 급기야 이들에게 핵심인력을 내줄 수 없는 SW기업들은 연봉 정상화에 나서야만 했다. 대기업 역시 인재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맞불작전을 펼쳤다.

금형부문에서는 대기업들의 핵심인력 확보전쟁에 중소기업들이 울화를 터뜨리고 있다. 그간 대기업들은 금형 인재육성 및 산업 강화에 소홀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자회사로 있던 금형기업들도 모두 분사시켰다.

이동안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내 금형산업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했다. 고졸·초대졸이 주를 이루는 인력들을 5년 이상 재교육하며 숙련공으로 양산한 것도 이들 중소기업의 몫이었다.

금형은 산업 특성상 전자산업의 보통 생산직에 비해 숙련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랜 기간 교육을 통해 이제 실무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7~10년차 인력들에게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금형협동조합 관계자는 "금형 인력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키운 인력들을 대기업이 빼가고 있다"며 "특히 고급인력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가 높고 급여도 30% 이상 차이기 나서 핵심인재를 붙잡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당시 수주가 떨어지면 제조 숙련공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 대기업들이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수요가 늘면서 부족한 생산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 조선사의 숙련공을 빼가고 있다. 해당 산업과 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은 등한시한 채 만만한 중소기업들의 인력수급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수급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기반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인력들을 경력채용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만 고집하기보다는 중소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능력이 있는 인재에게는 그에 걸맞은 처우가 필요하다"며 "다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인재확보 경쟁에서 뒤지는 만큼 정부의 지원 및 해당 산업에서 대·중소기업 간의 신사협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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