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은 '피겨 퀸' 김연아(21·고려대)는 여전히 자신감에 찬 표정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훈련하다가 8개월 만인 20일 한국으로 돌아온 김연아는 "지난해 (금메달을 딴) 밴쿠버 동계올림픽 직전처럼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작년 3월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실전 경기 공백이 1년이 된 것과 관련해 "지난해는 동계올림픽이 열린 뒤의 시즌이라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체력이 좋아졌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도 높아졌다"고 미국에서의 훈련 성과를 자평했다.
오는 21~27일 일본 도쿄에서 예정됐던 세계선수권대회가 강진으로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준비한 것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일본이 힘든 상황이라 경기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일본이 더 피해를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에 열리는 아이스쇼에서는 두 배로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다음은 문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입국 소감은.
▲8개월 만에 돌아와 긴장된다. 도쿄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미국을 떠나기 2주 전에 일본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그동안 잘 준비한 만큼 자신감도 있었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얼마나 준비됐는지 보여주지 못해 아쉽고 실망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이 힘든 상황이라 경기를 먼저 생각하는 게 맞지 않다. 일본 분들이 더 피해를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준비했나.
▲새 훈련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새로운 코치인 피터 오피가드와 함께 준비했다. 동계올림픽이 열린 뒤의 시즌이다보니 심리적으로 힘든 게 많았다.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으로 힘든 기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이 올라왔고 프로그램 완성도도 높아졌다. 스스로 '내가 올림픽 때만큼 컨디션을 끌어올릴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준비가 잘 돼 있었다.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때의 컨디션과 다름없을 정도로 준비가 됐었다.
--다음 시즌 출전 계획은.
▲세계선수권대회가 5월에 열린다는 얘기가 있고 10월에 열린다는 말도 있다.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대한 언급을 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면 5월 또는 10월 중 언제가 유리한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는 3월 도쿄 대회에 맞춰서 컨디션 조절했을 것이다. 예정된 일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선수에게 심리적으로 큰 타격이 있다. 맥이 빠질 수도 있고 열심히 하던 트레이닝을 유지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5월이든 10월이든 그 시기에 맞춰서 완벽한 컨디션으로 준비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하면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홍보대사 역할에 조금 더 집중할 것 같다.
--5월 아이스쇼에서 예정대로 쇼트프로그램 '지젤'을 발표할 것인가.
▲첫 공개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하지 못해 아쉽게 됐다. 하지만 아이스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이제와서 바꾸기는 어렵다. 5월 아이스쇼에서 '지젤'을 연기하게 될 것 같다. 또 새로운 갈라프로그램이 1~2월께 완성됐다. 아이스쇼에서 지젤과 함께 공개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스쇼에서는 환경적인 문제와 조명 때문에 트리플-트리플 점프 콤비네이션 등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연장의 크기가 조금 작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짤 것이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오마주 투 코리아'의 공개 계획은.
▲8월께 열릴 아이스쇼에서 짧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공연에 맞게 다시 작업할 것이다. 다음 시즌 새 프로그램을 다시 준비할지 여부는 상의해 봐야할 것이다.
--국내 훈련 계획은.
▲코치 없이 혼자서 훈련한다. 이전에도 시즌이 끝나면 한국에서 혼자 훈련을 했다.
--지난 시즌 다른 선수의 경기를 보고 느낀 점은.
▲지난해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이번 시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에 반영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도 만족스럽게 경기를 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이 각자의 컨디션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다들 최고의 컨디션으로 돌아오겠다고 생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