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술품 2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컬렉터 울리지그가 19일 방한 경기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그 컬렉션과 중국미술'에 대한 강연회를 가졌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처음 중국에서 중국 미술을 접했을 때는 실망스러웠어요. 하지만 1990년대부터 당시 어느 누구도 체계적으로 수집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개인 취향을 벗어나 기관처럼 컬렉션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보여주고 반영하는 거울처럼 작품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세계적인 중국미술품 수집가 울리지그(65)가 지난 19일 방한, 경기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그 컬렉션과 중국미술'에 관한 강연회를 가졌다. 그는 제대로 된 현대 중국미술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만나야 하는 인물이다.
그가 주중 스위스 대사시절을 포함해 30여년간 수집한 중국 현대미술품의 규모는 350여명 작가의 2천여점 이상이다. 대학때부터 미술품수집을 시작하면서 중국과 스위스 합작 회사 설립을 위해 1970년대 말 처음 중국을 찾은 이후 중국 미술을 본격 수집하기 시작했다.
지그의 중국미술컬렉션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전문적인 기관의 컬렉션처럼 체계화됐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07년이후 국내에서도 중국미술 광풍으로 들썩일만큼 중국 현대미술작가들의 인기가 치솟았다. 때문에 지그의 컬렉션은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을 처음 수집할 땐 작품당 100~200달러 수준이었고 많이 들어가면 1천달러 정도였죠. 그러다 작품값이 수천 달러를 넘어가는 경지가 1990년대 찾아왔고 1990년대말이 되자 작품값이 1만달러, 100만달러 이런 수준이 됐죠. 지금은 값비싼 작품을 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요. 그런 작품을 하는 작가들은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보다는 이전에 있던 작품을 모방(카피)하는 식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그는 자신은 투자가 아닌 연구 목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저는 제 자신을 컬렉터라기보다는 연구자로 생각해요. 제가 미술품을 컬렉션하는 가장 큰 목적은 중국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좋은 컬렉터가 되려면 많이 보고 많이 연구해야 돼요."
그는 최근의 중국미술에 대해 두 가지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나 공통으로 볼 수 있는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죠. 최고의 예술가라면 정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을 추구해나갈 수 있지만, 이류나 삼류 예술가는 아직도 혼돈의 상태에 놓여 세계의 주된 흐름 속에서 방향성을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 경향은 아시아의 전통 쪽으로 돌아서는 거죠. 1980년대~1990년대 초반에 교육받은 예술가들은 전통보다 서구의 패러다임에 보다 초점을 두고 과거라면 무조건 멀리하려고 했죠. 하지만, 지금은 중국 예술가들이 서구 현대미술의 환상에서 깨어나는 단계에 접어들고 중국적인 전통으로 회귀하면서 그 전통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는 쪽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컬렉션에 대해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만큼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 작가들과 함께 작업해서 만들기도 한다"며 이는 "고가 작품 시장을 우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그는 최근 정연두와 함경아 등 한국 작가의 작품도 소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리 지그는 1970년 중국 스위스 대사를 역임하고 1997년 CCAA(Chinese Contemporary Art Award)설립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