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기동 체육관’ 리뷰> 답답한 세상, 맨주먹으로 세상을 노린다

2011-01-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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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기동 체육관’ 리뷰> 답답한 세상, 맨주먹으로 세상을 노린다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스포츠를 흔히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우승과 실패, 성공과 좌절 등 수많은 ‘희노애락’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땀 냄새 나는 한바탕 승부는 우리 인생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츠를 소재로 한 연극은 많지 않았다. 특히 ‘권투’는 더더욱 그랬다. 제한된 공간에서 짜릿한 승부감을 맛보게 하기는 연출적으로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며 2009년 초연한 연극이 바로 ‘이기동 체육관’이다. 이기동 체육관은 스포츠가, 특히 권투라는 종목이 연극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권투는 과거 70,80년대에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다. 그 당시 권투는 국민들에게 ‘희망’이었고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이 같은 권투는 이제 하나의 추억 속으로 자리하게 됐고 옛날을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에 불과하게 됐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권투’라는 것에 대한 로망을 접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정직함’에 있을 것이다.

 

“권투는 정직한 거야. 평등하지. 똑같은 체중에, 똑같은 기술에, 똑같이 빤스만 입고 한판 뜨는 거야”

 

극중 한때 챔피언을 목전에 두다 경기에 대한 후유증으로 선수생활을 접은 관장 이기동은 말한다. 권투라는 소재가 연극에서도 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인생을 정직하게 말한다’는 것.

 

관장 이기동은 챔피언이 되는 데 실패하고 아들과 아내를 떠나보낸 후 패배감과 죄책감에 살아가던 인물이다. 상실감에 인생도 포기하며 살던 어느 날 이름도 같은 청년 이기동이 체육관을 찾아온다. 관장 이기동을 어렸을 때부터 영웅으로 여기던 차, 그에게 권투를 배우기 위해 이 허름한 체육관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체육관은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생기를 얻기 시작한다.

 

체육관에는 ‘청년 이기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사로부터 잔소리만 듣는 소심한 회사원,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찾아온 노처녀, 싸움 짱이 되기 위해 권투를 하기로 결심한 여고생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존재한다.

 

체육관은 이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며, 일상에서의 해방감을 맛보게 하는 ‘분출구’인 것이다.

 

연극은 결국 이들이 권투를 통해 성취감을 찾아가게 되는 ‘해피엔딩’을 그린다. 희망을 담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된다는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엔 ‘휴머니즘’이 있다.

 

혹독한 우리 삶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며 연극 이기동 체육관은 휴머니즘을 전달하려 한다.

 

아무리 한물간 전성기를 회상하며,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펀치’ 속에 쓰러지며 살아갈지라도 정직하게, 나의 힘으로 일어나라고 말한다. 바로 ‘권투’처럼.

 

이 연극에서 감동과 진한 여운을 얻었다면 그것은 바로 3년째 이 이기동 체육관과 동거동락하고 있는 배우들의 호연 덕일 것이다. 기막힌 연기호흡을 보여주는 이들은 여기서 ‘배우’가 아닌 진짜 ‘복서’같은 느낌을 준다.

 

실감나는 권투액션과 단련된 몸놀림은 관객들의 탄성을 연신 자아낸다. 여기에 배우 김수로의 맛깔 나는 연기와 가수 솔비의 당당한 변신이 한층 더 강한 인상을 심어주게 한다.

 

권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초반에 몰입하기 힘든 게 단점이지만 이내 권투가 지닌 인생이라는 교집합을 맛보게 되면 수긍하게 되는 연극 이기동 체육관.

 

‘땀이 주는 에너지로 희망을 주는 연극’으로 보는 이를 가슴 따뜻하게 할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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