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사회현상인 한 사회변화로 인한 교육적 적응은 불가피하다. 만약 사회변화에 교육이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하면, 국가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은 물론 개인의 행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변화에 대한 올바르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사회공동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전통적인 교육자 중심의 학교 교육체제를, 학습자·수요자 중심의 교육강국, 평생학습복지국가로 변화시켜야 한다.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변화는 지식기반사회로의 변화이다. 지식기반사회는 정보·지식의 창출과 활용이 개인·기업·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자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는 사회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과 소셜 네트워킹 환경의 보편화 현상이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여기에 저출산, 초고령화, 세계화·개방이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낳고, 노년층 인구를 증가시킬 것이다. 세계화와 경쟁의 진행은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고용구조의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교육력을 크게 높여 평생에 걸쳐 학습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교육불만과 사교육비 문제 여전
학부모들의 교육불만과 사교육비 문제는 정부의 주요 해결과제였으나 아직도 여전하다. 2009년 사교육비는 정부 통계만으로도 21조 6000억원이다. 그런데 사교육비를 지탱해줄 수 있는 소득은 이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대학 진학이 83%를 넘는 상황에서 대학등록금과 대학생의 구직을 위한 사교육비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지나치게 많아진 사교육비가 부모를 옥죄고 있다. 이러한 교육불만이 최근 교육쟁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을 둘러싼 대결은 총선과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와 교원평가 등을 거치면서 학부모, 일반국민의 교육 주권의식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한 쪽은 복지로, 다른 한 쪽은 교육경쟁력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하고 있다.
교육개혁은 교육계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선택과 정치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교육복지를 내세우는 민주당은 교육경쟁 완화, 형평성·복지·인권 제고에 큰 장점을 갖고 있지만 학교의 교육력·책무성에는 큰 관심과 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전교조를 주요 세력기반으로 인식하는 한 국민에게는 복지로 환심을 사고 교사에게는 교육경쟁과 책무성 약화로 환심을 사려는 기본전략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학교의 교육력·책무성을 강조하고 학부모를 지지기반으로 삼으려 하지만 교육복지에 소극적이기에 교원평가 외에 학부모를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 교육복지·인권 보호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학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교사들과 학생들은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어느 쪽도 우리 교육이 나아갈 올바른 비전과 전략에 부족하다. 국민이 어떤 정당을 선택해도 미래 교육발전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교육강국, 평생학습복지국가 실현
사회변화에 대응하고, 교육강국·학습복지국가를 만들려면 학습자·수요자의 ‘학습’ 중심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학교의 교육력과 책무성을 크게 높이고, 학생들의 학습력과 창의력을 기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 생애에 걸친 맞춤형 학습복지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초·중등학교 교육개혁만이 아니라 영·유아 보육과 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지원과 질 강화, 고등교육과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적극적 재정 지원과 책무성 요구가 뒤따라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경쟁력·책무성 제고와 전 생애 학습복지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발전을 위한 필수과제다.
선진 평생학습복지 체제 마련해야
전 생애 학습복지 중 최우선 과제는 점심 무상급식이 아니라 영·유아 보육과 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지원과 교육 개선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의 출산율 증대 노력은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다. 누구든제 주변에 아이를 많이 가지라고 권유하기가 겁나는 교육현실이다. 영·유아 무상보육과 무상교육 지원, 그리고 질 향상은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초·중등 무상급식보다 더욱 필요한 것이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에 대한 지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취학률은 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직업교육 비형식교육 참여율도 남성은 2분의 1이고, 여성은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은 OECD 평균의 약 절반이고, 민간부담은 약 4분의 1 정도이다.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서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에 대한 지원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적어도 성인 평생학습에 대한 지원은 무상급식보다 몇 배나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의 2010년 예산에서 평생·직업교육지원액은 0.5조원이고, 교과부 교육예산 중 1.4%에 불과했다. 교육예산의 ‘1.4%’ 이것이 우리나라 평생학습의 현주소다. 따라서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은 적어도 두 배로, 평생학습에 대한 지원은 열 배로 확대해도 충분하지 않다.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세계 중심으로 우뚝 세우기 위한 정치권과 교과부의 문제 인식과 전향적 대책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초·중등교육여건 개선, 교육복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무상급식보다 고교 무상교육, 방과후학교 단계적 무상교육(영어부터), 서민·중산층 자녀의 석식 지원, 기초학력 미달자에 대한 개인별 지원 확대, 진로·진학 컨설턴트 확대 등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현재 진행되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은 출발과 어휘 선택부터가 정부·여당에 불리한 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다른 초중등 교육복지 혜택보다 무상급식을 ‘선별’하여 ‘보편적 점심급식’을 추진하는 것뿐이다. 다만 교육재정 확대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학습력 제고로 교육강국 실현해야
복지 확대만으로 교육을 통한 개인의 행복과 국가발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사회변화가 교육에 요구하는 것은 전문지식과 창의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우수인재의 육성이다. 창의적 우수인재를 육성하려면 학교의 교육력과 책무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가 학교에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것이 아닌가? 진정한 교육강국은 학생경쟁보다는 학교의 교육경쟁과 교육력·책무성, 교사 열의를 통해 달성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의 내신 상대평가 제도부터 절대평가로 바꾸어야 한다. 학생 경쟁은 완화하고 창의적 탐구학습을 조장하되 학교와 교사는 학생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초·중등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진정한 교육강국은 학습강국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공한 학교의 가장 핵심 정책은 학생의 학습을 중시하고 학습력과 참된 학업성취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학생들, 학부모·국민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의 일상화가 교육강국·학습강국 실현의 핵심요건이다. 이러한 전 생애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학습자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학습을 할 수 있는 맞춤형 유비쿼터스학습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최소한 전 생애 학습지원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다.
교육개혁에는 좌우가 없다
교육개혁이 실패해도 학교는 여전히 유지되고, 교사는 여전히 행복할 것이다. 교육복지가 확대되어도 학교의 교육력·학습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불행한 것은 다름 아닌 학생과 학부모다. 초·중등교육이 개선되어도 영·유아교육,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지식기반사회·저출산·초고령화·세계화의 파고에 대비할 수가 없다. 우리 미래는 교육과 학습에 달렸다. 교육과 학습을 놓고 좌우로 나뉘어 싸우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중산층·서민을 위한 중도실용주의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공교육이 실패하면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단코 우리 교육의 미래를 사교육에 맡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