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잔액기준 코픽스도 매월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인 만큼 이를 고정형 금리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주택담보대출 유형을 고정형·변동형·혼합형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고정형에는 고정금리 상품과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이 포함된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변동형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은행 등 6대 은행의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 잔액은 16조4675억원으로, 금감원 기준을 적용하면 이 금액이 모두 고정형에 포함된다.
금감원이 잔액기준 코픽스를 고정형 금리로 보는 이유는 금리 변동성이 낮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잔액기준 코픽스의 경우 기준금리 및 시중금리 인상효과가 천천히 반영된다"며 "내부 감독 목적상 고정형 금리로 분류해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유윤상 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장은 "자금조달비용지수를 의미하는 코픽스 자체가 원래 변동금리"라며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매월 새로 조달한 자금의 비용지수를 나타내지만, 잔액기준 코픽스는 조달한 자금의 누적 잔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직원은 "금감원에 보고할 때 잔액기준 코픽스 대출도 변동금리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매월 금리가 바뀌는데 고정형 금리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잔액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월 4.11%에서 12월 3.72%로 1년 동안 0.39%포인트 변동했으며, 금리가 전월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 달은 12월이 유일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의 부실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정형 대출 비중 확대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잔액기준 코픽스를 고정형으로 분류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리도 추가로 오르고 있어 금리 변동성이 작은 고정형 대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잔액기준 코픽스까지 변동금리로 포함시킬 경우 변동형 대출 비중이 너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잔액기준 코픽스 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자칫 고정금리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착시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잔액기준 코픽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은행 13.8%, 신한은행 12.7%, 외환은행 8.2%, 우리은행 7.6%, 국민은행 3.5%, 하나은행 3.2%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