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통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전통 상점가로부터 500미터 이내의 범위에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할 수 있고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선 SSM 등의 입점을 규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회는 오는 25일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포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상생법 개정안)’도 통과시킬 예정이다.
물론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또한 옳은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영세상인들을 살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설사 상생법 개정안과 유통법 개정안이 발효된다고 해도 이미 입점을 완료한 전국의 820개에 달하는 SSM에 대해선 어떠한 규제도 불가능하다.
또한 전통상점가로부터 500미터만 떨어진 곳에 SSM 등이 입점한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SSM 규제 관련 법률들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해서 이미 입점한 SSM 등을 전부 폐쇄하거나 규제를 한없이 강화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 마디로 같은 물건을 SSM이 영세상인보다 더 싸게 팔아 소비자들이 SSM에 몰리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막강한 대자본으로 무장한 SSM과 영세상인이 공정하게 경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마치 헤비급 권투 선수와 10살짜리 어린 아이에게 같은 링 위에서 권투 시합을 하도록 하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SSM 등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SSM 규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영세상인들도 최대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같은 물건인데 영세상인보다 SSM에서 더 싸게 판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유통구조 상의 문제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이런 유통구조상의 문제를 개선해 같은 물건이라면 영세상인도 SSM만큼 싼 값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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