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지속성장의 발판을 다진 반면 LG전자는 최근 그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여 승승장구해온 국내 양대 전자기업이 1분기만에 명암이 엇갈린 것은 수년간 서로 다른 경영전략을 펼쳐온 것이 최근 들어 실효를 거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여왔다. TV 부문에서는 지난해 세계최초로 LED TV 상용화를 성공한데 이어 올해 2월 3D LED TV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아울러 TV에 사용되는 화질 개선 반도체 등을 자체 개발하며 기술력을 축적했다.
반면 LG전자는 연구개발보다는 마케팅과 원가절감에 주력해왔다. 경쟁사가 시장을 개척하면 빠르게 이를 추격하는 ‘미투(Me Too)’ 전략을 고수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지난해 처음으로 TV 시장에서 글로벌 2위에 올랐지만 최근 수익성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다.
김영우 HMC 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그간 패스트 팔로우어(2등 업체가 1등 업체를 빠르게 뒤쫓는 전략) 전략으로 효과를 봤다"며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쉽지 않아보이며 최근 선도 업체들이 많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1년여 동안 수많은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S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애플의 대항마를 기대를 모을 정도다. UX 개선과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운영체제(OS) 최적화 등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 부분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 지난 수년 동안 높은 실적에 만족해 추가적인 투자에 소홀했던 것. 특히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영진의 오판은 실적 급감으로 이어졌다. 한 때 10%를 상회했던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 1% 미만으로 떨어졌다. 2분기에는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양사의 판이한 인사정책도 결국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1월 대규모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에 나섰다. 스타 CEO인 이기태 전 부회장과 황창규 전 사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삼성전자는 이윤우ㆍ최지성 투톱 체제에 시동을 걸며 조직에 활기를 넣었다. 지난해에는 다시 최지성 단독 체제를 통해 회사의 역량을 하나로 집중하는 등 상황에 따라 변화를 모색해왔다.
반면 LG전자는 남용 부회장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지난해에도 회사 내외부에서 경영진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불거졌지만 주요 경영진을 그대로 유임했다.
지난 3년여 경영전략이 잘못 설정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7년 남용 부회장 부임 이후 LG전자는 마케팅과 원가절감에 총력을 쏟았다. 반면 R&D 등에는 비교적 소홀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LG전자의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미래 동력 개발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기술진 내부에서 ‘푸대접론’이 불거지며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원들의 사기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R&D캠퍼스에 근무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외부적으로는 R&D센터 건립과 투자액 증설 등 LG전자가 R&D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이와는 다소 다르다”며 “경쟁사에 근무하는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도 LG전자 기술진들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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